에피소드 1
(머리말)
나는 약사가 아니다.
나는 약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약국은,
환자가 병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으로 들어와서 무심한 얼굴로 흰 가운 입은 약사에게 처방전을 주고, 약사는 처방전에 맞춰 약을 조제하여 어떻게 먹는지를 환자에게 설명(‘복약지도’라 함) 해 주면, 환자는 약값 몇 천 원을 지불하고 무뚝뚝한 얼굴을 한 채 약국문을 나서는 것이다.
의료보험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인지 아무리 비싸고 오랜 기간 먹어야 하는 약값도 내 주머니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면 충분하기에 우린 마음 편하게 약국을 들른다.
참, 이상하게도 어찌 보면 환자의 생명이나 건강에 중요한 약을 만들어 주는데 불구하고 환자들은 항상 갑의 위치에 있는 듯 행동한다.
약국은 처방전에 맞춰 약을 만들어 팔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속 편한 직장일까?
글쎄다.
어느 직장인들 다르겠는가 마는 이 조그만, 약국이란 공간에서도 각양각색의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인 듯하다.
어떤 일은 재미있고, 어떤 일은 황당하기도 한...
그냥 가끔씩 약국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공유해 볼까 한다.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이런 걸 어떻게 알까 의심하지 말라. 나만의 블랙요원이 있다^.^)
(에피소드 1)
한 영감님이 약국문을 들어선다.
약사가 인사하자 그 영감은 대뜸 말한다.
‘아이고, 빨리 가야 하는데…
아이고, 빨리 가야 하는데…’
약국에 들어오자 말자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몇 번이고 이런 말을 하기에 급한 일이 있어 빨리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줄 알고,
약사가 영감님께 묻는다.
‘집이 어디신데요?’
그러자, 영감님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네?
어디시라구요?'
영감님이 다시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그제야 영감님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한 약사는
몇 해 전 많지 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약사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억누르며 영감님에게 밝은 웃음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