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하자.
상사는 결코 잊지 않는다!!!

by crowbamboo

입사한 지 1년 남짓 된 김대리가 2년 차 선임에게 묻는다.

'저, 박대리님, 부장님이 일주일 전 제게 요즘 젊은 사람 여가활동 트렌드에 대해 검토해 보라고 하시곤 아무 말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말씀하시고 까먹은 것 같기도 한데...'

'글쎄, 그 후에 다른 말씀 없었나? 말씀 없었더라도 보고해야 되지 않을까?'


‘상사는 결코 잊지 않는다.

궁금해하지만 쉽게 묻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부장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

‘아, 이 사람들은 왜 아직도 진행상황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는 거야.

내일 아침에 관련 건으로 사장님과 미팅 예정인데 무슨 가타부타 말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지시를 내린 지가 언젠데…’


‘아이고, 부장님께서 지시한 지 시간이 좀 지났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아직도 끝내지 못했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을 보고 하자니 한 소리 들을 것 같고,

완성될 때까지 뭉개 자니 찜찜하고,

참 회사생활 힘드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본 고민이 있다.

‘실무자는 관리자가 던져준 과제를 미주알고주알 보고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고,

관리자는 실무자에게 던져준 과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데 자꾸 물어보자니 좀팽이처럼 실무자를 괴롭히는 것 같아 고민한다.


실무자와 관리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실무자는 담당하는 업무가 많을 뿐 아니라 각각의 업무에 대해 손 발을 움직이며 직접 뛰어야 하니 항상 시간이 촉박하다.

수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과물을 내놓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줄줄이 보고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각 단계별 관리자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수정을 거듭하게 되고 몇 단계를 거치면 그 결과물은 처음과 달리 생소하게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관리자는 전략을 계획하거나 방향 설정 위주로 일하다 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다.


결과를 보고해야 할 시간이 정해진 사안의 경우 중간 관리자의 몸은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른다.


중간 관리자는 실무자가 진행상황에 대한 아무런 보고도 없이 껴안고 있으면 한편으론 ‘어떻게 돼가고 있나?’하는 궁금함과

다른 한편으론 째깍째깍 시간은 빛의 속도로 가고 있는데 ‘저러다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는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그렇게 질질 끌다가 올라온 보고서를 보니 ‘아이쿠, 이런 허접한…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했네.

아니, 내가 지시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나 했나?’

그때부터 몸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다.

시간은 없는데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까딱 잘못 화를 내기라도 하면 강압적이라며 노조에 신고할까 봐 화를 꾹꾹 누르며 조심조심 말한다.

‘김대리님. 그 보고서 파일 내게 보내줘요.’

그리곤 본격적으로 허급지급 보고서를 다시 만든다.


그렇게 만든 보고서가 맘에 들리 없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대충 정리하여 직속 상사의 책상에 올려놓는다.


다른 회의에 참석했다 돌아온 직속상사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보고서를 스윽 훑어 넘기고는 작성자와 검토한 관리자를 부른다.


‘아니, 이런 보고서를 어떻게 보스께 보고합니까?

내용도 내용이지만 앞뒤 문맥이 맞질 안잖아요.

그리고, 표를 보고 글을 읽으면 서로 맞아 들어가면서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무슨 암호 해독기를 갖다 두고 읽어야 이해할 수 있으니…’


보스께 보고하기로 약속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제부터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어 함께 보고서를 작성한다.

참 폼 나지 않는 상황이다.

실무자는 일을 해도 자긍심이나 뿌듯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제부터 실무자나 중간 관리자는 상사가 불러주는 대로 보고문을 타이핑하는 역할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아직 최종 보스를 통과해야 한다.

평소에 안경을 벗고 보고서 글자 한 자 한 자 들여다보면서 각종 펜으로 쭉쭉 줄을 그어가며 수정하기를 좋아하는 최종보스에게는 직원 어느 누구도 선뜻 보고하고 싶은 맘이 없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보스의 기분을 살핀 후, 이때다 싶은 타이밍을 잡아 마지못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상사의 지시가 부정확해서, 아니면 실무자의 중간보고가 없어서?


어느 일방의 잘못이라기보다 쌍방향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상사는 명확한 지시를 하고 실무자는 수시로 진행상황을 보고하여 지시된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상호 점검해야 했다.

시시콜콜 보고하는 것은 자율성을 떨어뜨려 직원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막아버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행되고 있는 대략적인 과정이라도 알려주지 않는 것은 나중에 더 힘든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처음 업무를 맡길 때 최종 결과만 보고하란 지시가 있거나, 사전회의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업무처리 하는 것이 좋다는 협의가 있었다면 중간보고 없이 최종 결과만 보고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수시로 진행과정을 상사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고 방법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보고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식적인 서면 보고서가 아니라고 해도 전화나 휴대폰 문자로 보고할 수 있고, 포스트잇과 같은 쪽지에 간략히 적어 보고하거나 비서가 있는 상사라면 비서에게 구두로 전달할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이렇게 진행되고 있으니 ‘돈 워리~’’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상사뿐 아니라, 아무리 바쁜 상사라도 한번 던진 지시사항은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다.

지시 후 한 동안 아무 말없이 지나가면 부하직원들은 ‘아, 상사가 지시한 걸 잊었나 보다’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상사는 지시사항은 잊지 않는다.

잠시 미루고 지켜볼 뿐이다.

어딘가에 메모해 두고 보고가 올라오길 기다릴 뿐이다.

‘걸리기만 해라, 재미없다’라는 마음이 아니라,

미주알고주알 관여하면 속 좁은 상사로 보여지고 폼나지 않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상사의 시간은 그런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부장님, 드디어 공사장 첫 삽을 떴습니다. 이제부터 시작해서 차질 없이 진행되면 언제쯤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라고 보고하면 그 보고자가 얼마나 이쁘게 보일까?



첫 보고 며칠 후 ‘비가 많이 와서 삽질하기가 어렵고 사고 위험이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있으니 비가 그친 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수시 보고하면…


‘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일하는구먼. 장래 촉망되는 친구야~’라며 우수한 직원으로 상사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그 후부터 회사생활은 엄청 편해지고 꽃 길을 달리고 있는 자신을 볼 것이다.


하지만, 보고와 담쌓은 직원이라면…


공사 첫 삽을 뜨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나는 내 쪼대로 한다네~’ 라며 ‘알고 싶으면 니가 와서 보라’는 배짱을 가지고 있거나 물어야 알려주는 직원이라면,

상사의 인내심은 곧 바닥이 나고 분노 게이지가 올라 오래지 않아 그 직원은 진흙탕 길에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될 것이다.


‘업무실력이 꽝이 아니라면 보고만 잘해도 승진하는데 문제없다.

보고의 생활화는 회사생활의 꽃 길과 연결되어 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어려운 사안부터 열심히 보고하자.

보고 없이 혼자 껴안고 있는 일의 책임은 모두 나의 것이지만, 보고하는 순간 책임주체는 보고 받은 자가 되고 마음 또한 편해지니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디지털 업무를 담당할 때였다.

그 시기에 가장 핫 한 단어가 디지털이었고, 모든 회사들이 디지털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수년 전에 비해 디지털조직의 규모가 매우 커져있었다.

그것은 CEO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가능했다.

CEO께서는 회사를 디지털화하는 것에 진심이셨고 많은 투자를 하고 계셨다.

모든 회의 석상에서도 디지털이 화두였다.


디지털업무를 담당하게 된 첫날,

직원들로부터 CEO께서 새로 부임한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듣고 알게 되었다.

CEO의 관심이 많은 만큼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았고 덩달아 직원들의 부담감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디지털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그룹과 의견차이가 있어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하였다.


CEO의 의지에 맞춰 직원들은 매우 열심히 디지털 관련 신선한 계획안들을 만들어 수북이 쌓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CEO에게 보고가 거의 중단된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CEO가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이미 완성된 계획안조차 보고를 미루며 마음고생만 하고 있었다.


또한, 그동안 CEO께서 얼마나 진행상황을 궁금해하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 ‘기획안이 유의미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고 폭풍 칭찬을 하는 한편 ‘빨리 보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며 반 강제로 보고하도록 시켰다.

항상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던 직원들은 등 떠밀려서라도 보고를 하고 나니 오랫동안 묵은 숙제를 한 것 같다며 속 시원 해 했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 디지털 업무를 담당했지만 그때 CEO의 결정을 거쳐 시행된 내용들이 회사 디지털화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보고의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 보고하는 사람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고란 보고자와 보고 받는 자의 상호 존중하는 태도로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회사생활은 보고로 시작하여 보고로 완성된다.


“상사는 지시한 일은 결코 잊지 않는다.

궁금하지만 그리 자주 묻지 않는다.

기다릴 뿐이다.

틈 날 때마다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직원과 알고 싶으면 니가 와서 알아보라고 배짱부리는 직원의 미래는?


궁금하면 본인이 선택해서 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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