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휘장 사이 언덕 너머 소금을 사러 갔다는데
검은 휘장 사이 언덕 너머 소금을 사러 갔다는데
벌말 사거리에서 직진해야 오지리 벌천포에 갈 수 있다
직진 방향 왼쪽 언덕에 누운 공동의 유골들
퇴화하는 사연들이 마른 잔디 사이에 박혀 흙을 물고 있는 시간
멈춘 수차 아래 염부가 밀대로 햇살 부스러기를 펼쳐 널면
반대편 폐염전 검은 패널 위에 또 다른 햇살 부스러기가 모여 바스락거린다
염부가 끌어모은 소금을 실어 나를 전기를 만드는 시간
보이지 않는 소란을 휘감은 까만 전선을 따라
언덕을 굴러가는 수차 아래 무언가 끼어 있다
그것이 반짝이는 발목뼈인지 텅 빈 뇌인지 알 수 없다
평화의 시간을 버리고 불화하기로 다짐한 영혼들이 담합하여
몽돌밭에 누운 지친 미역들에게 달라붙고
누대에 걸쳐 악과 동무한 어떤 가문의 씨앗이
죽어 없어지기로 맹세한 듯
지친 햇살을 밀며 공동묘지로 굴러가는
눈물은 소금과 친하다지
미역은 소금 없이 자랄 수 있나
묘지의 흰 뼈는 소금과 친화할 수 있나
햇살은 소금을 만들어 누구에게 분배하나
대산읍 할인마트의 소금 포대들 뒤로
횡설수설하는 일반인의 하루가 저물고
카트마다 저녁을 실은 뼈들이 공동묘지로 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