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까?
1997년,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을 그리며 섬뜩한 질문을 던졌다.
유전적 우열에 따라 ‘적격자’와 ‘부적격자’로 나뉘는 사회.
부적격자로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기 위해 타인의 유전자를 빌려 꿈을 향해 나아간다.
당시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로 여겨졌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가타카>의 세계는 놀라울 만큼 현실에 가까워졌다.
영화의 상상은 이미 현실의 기술이 되었다.
체외수정 단계에서 유전 질환을 예방하는 ‘착상 전 유전 검사(PGT)’는 보편적인 의료 행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질병 예방을 넘어 IQ나 특정 형질을 예측한다는 상업적 배아 선별 서비스까지 등장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기술은 한발 더 나아가 난치병인 겸상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 ‘카스게비’의 등장으로 인류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기술 오용이 불러올 수 있는 재앙에 대한 경고도 존재한다.
2018년 중국에서 발생한 '허젠쿠이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과학자 허젠쿠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아기를 탄생시키며 인류가 암묵적으로 지켜온 윤리적 금기를 넘어섰다.
다음 세대로 영원히 전달될 수 있는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한 그의 실험은 영화 <가타카>가 그리던 세상을 현실로 불러온 것과 같았다.
더욱 큰 문제는 HIV 감염 예방이라는 그의 주장에 의학적 정당성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미 더 안전하고 검증된 예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실험은 인류를 위한 진보가 아니라, '세계 최초'라는 명예를 향한 한 과학자의 위험한 야망과 윤리적 일탈이었음이 드러났다.
전 세계 과학계는 즉각적인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그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허젠쿠이 사건은 한 개인의 잘못된 신념이 어떻게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가 되었다.
<가타카>의 진짜 공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만드는 차별에 있다.
오늘날 그 차별은 국가가 아닌 ‘시장’이 주도한다.
약 30억 원에 달하는 유전자 치료제 비용과 고가의 배아 선별 서비스는 부유층에게만 허락된 선택지다.
결국 경제적 능력이 유전적 ‘개선’의 기회를 결정하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유전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고착화시킬 위험을 낳는다.
영화 속 ‘적격자’와 ‘부적격자’의 구분이,
현실에서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유전적 계급’으로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가타카>는 시대를 초월해 우리에게 묻는다.
기술의 발전 앞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가?
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인간의 정신을 위한 유전자는 없다”.
기술은 우리에게 선택지를 제공할 뿐,
그 길 끝에 펼쳐질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성찰에 달려있다.
<가타카>의 경고는, 이제 우리 모두가 답해야 할 현실의 질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