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을 위한 사입, 재고라는 늪에 빠지다
'100만 원 매출, 10만 원 순수익'.
이 처참한 숫자는 내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여기서 포기하거나, 더 깊이 들어가거나.
포기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었다.
그의 영상 속 성공자들은 모두 이 단계를 거쳤다고 했다.
낮은 마진의 위탁 판매는 초보들의 연습 게임일 뿐,
진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마진 파 내려가기'를 해야 한다고.
직접 중국 도매 사이트인 '1688'(또는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입해 원가를 낮추는 것,
그것이 이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였다.
나는 편의점 야간 알바와 스토어로 번 돈,
그리고 모아두었던 마지막 남은 돈까지 모두 끌어모아 중국에 물건을 주문했다.
수백 개의 상품이 담긴 첫 주문이 완료되었을 때, 나는 두려움보다 희망을 보았다.
이제 나는 단순한 유통업자가 아니라, 진짜 '사업가'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곧바로 나를 덮쳐왔다. 집 현관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박스들.
본가에서 내 방은 순식간에 발 디딜 틈 없는 창고가 되어버렸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머리맡의 박스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보증금을 탈탈 털어 작은 자취방을 하나 더 구했다.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었다. 오직 박스만을 위한, 나의 절박함이 쌓여있는 섬이었다.
진짜 재앙은 박스를 열어볼 때 시작되었다.
수백 개의 상품 중 수십 개는 배송 과정에서 깨지거나 망가져 있었다.
어떤 것들은 내가 주문한 색상이나 디자인과 전혀 다른 물건이기도 했다.
위탁 판매였다면 공급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 이 모든 불량품은 온전히 나의 손실이었다.
나는 팔지도 못할 쓰레기들을 내 손으로 직접 폐기 처분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상품은 세관 통관에 실패했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인증 문제였다.
꽉 막힌 세관의 문턱을 넘지 못한 내 상품들은 창고에 묶여 있다가, 결국 폐기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상품 값에 더해, 만만치 않은 폐기 비용까지 따로 지불해야 했다.
방 한구석에 쌓여가는 불량 재고들.
자취방을 가득 채운 박스들의 먼지 냄새.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알 수 없는 비용들.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밧줄이 되어 내 목을 옥죄어 왔다.
'마진'을 파 내려가려 했던 나의 삽질은, 결국 내가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자취방에 홀로 앉아, 팔리지 않는 재고와 불량품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깨달았다.
그는 '사입'의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했지,
재고 부담의 공포와 통관 실패의 리스크, 불량품 처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성공 지도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위험 지역' 표시가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