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 '원작 팬' 제작사를 믿을 수 없는 이유

'신과함께'부터 반복된 원작 훼손의 그림자

by 이땃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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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K-웹소설'의 시대다.

수억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하나의 신드롬이 된 작품들이 스크린으로 소환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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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점에는 단연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이 있다.

이광수, 안효섭, 채수빈, 나나 등 화려한 캐스팅 소식이 들려오고, 한때 '지수'의 합류 가능성을 두고 연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을 때 팬들의 심장은 기대와 우려로 술렁였다.

그러나 이제 팬들의 진짜 불안은 특정 배우의 연기력 논란을 넘어,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의 팬"이라 자처하는 제작사를 향하고 있다.

그 환호 뒤편에 그림자처럼 짙고 서늘한 불안감이 피어오르는 이유다.


기대와 불안의 교차, 논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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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독시'의 영화화 소식에 원작 팬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제작사의 과거 행보에 깊은 트라우마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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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영화 '신과함께'의 기억이다.

'신과함께' 역시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메가 히트작이지만, 원작 팬들에게는 '성공한 실패작'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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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심장과도 같았던 주인공 '진기한 변호사'가 흔적도 없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철학적 고찰과 법리적 공방을 이끌던 그의 부재로, 영화는 원작의 깊이를 잃고 '눈물과 용서'라는 한국형 신파극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단순한 각색이 아닌, 작품의 정체성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신과함께'의 트라우마, 반복되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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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러한 '원작 훼손' 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태도였다.

당시 제작사 대표이자 감독은 "진기한을 살려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니 영화적으로 허점이 많았다" (KBS 뉴스, 2017.12.21)고 밝혔다.

원작의 서사가 영화라는 매체에 부적합했다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영화적 허점'이라는 말이, 원작의 깊이를 스크린에 구현할 역량의 부재를 덮으려는 '핑계'는 아니었는지 묻는다.

"원작과 비교 말고 영화 자체로 봐달라"는 요구는, 원작의 후광은 얻고 싶지만 원작 팬들의 비판은 피하고 싶은 이율배반적 태도로 비쳤다.

이처럼 '영화적 허용'이라는 명분 아래 원작의 심장을 도려냈던 과거는 '전독시'를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았다.


'전독시', 데자뷔처럼 찾아온 '개똥철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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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팬들의 우려는 '전독시'에서 현실이 될 조짐을 보였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국뽕' 성좌를 추가하려 했다는 정황, 이지혜의 상징인 '검'을 '총'으로 바꾼 설정 등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신과함께'에서 '진기한'을 빼고 '신파'를 넣었듯, '전독시'에서는 원작의 맥락과 무관한 '애국주의'와 '보편성'이라는 코드를 주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한 제작사 대표의 해명은 팬들을 더욱 좌절시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등장인물을 만들지 말고, 캐릭터를 만들라"는 자신의 철학을 내세우며 "칼이나 활 등은 한계가 있다.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작의 상징성과 서사를 '작위적'이라 판단하고, 제작자 본인의 영화적 문법을 우선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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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논란을 부른 것은 비판에 대한 그의 태도였다.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원작 팬분들도 어떻게 완성됐는지, '보고 욕하셔라. 정말 뭐라고 말씀하셔도 다 듣겠다'는 마음이다."

(출처: 조선일보, 2024.07.23, '전독시' 제작사 대표 밝힌 '이순신 검' 빠진 이유 "보고 욕해 달라" [인터뷰①])

이 말은 소통과 설득을 포기한 선언처럼 들린다.

'신과함께' 때 "부정적 반응이 불식될 것"이라 자신했던 오만한 태도와 정확히 겹쳐 보인다.

원작을 사랑하기에 비판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나중에 들어줄 욕설'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태도.

팬들이 '개똥철학'이라 비판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 원작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독선적인 태도다.


부디, 우리의 '전지적' 우려가 기우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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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각색이 원작을 그대로 복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체의 특성에 맞는 변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원작이 가진 고유의 정신과 철학을 존중하는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몇몇 설정의 변경이 아니다.

'진기한'이 사라진 자리에 값싼 신파가 채워졌듯, '전독시'의 냉소적이면서도 처절한 세계관이 제작자의 '위로와 희망'이라는 메시지 아래 납작하게 눌려버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원작의 팬"이라는 말은 방패가 될 수 없다.

진정한 팬심은 작품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그 본질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증명된다.

부디 '전지적 독자 시점'의 마지막 페이지가, 제작자의 독선적인 시점이 아닌, 수많은 독자들이 사랑했던 바로 그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우리의 '전지적'인 우려가, 그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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