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입도한 지 십 년. 한림에 산지도 십 년. 이제 조금씩 마을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구나 가고 보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 보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님도 모르는 우리 동네 이야기,... 그 다섯 번째 이야기다.
기미가요마루(군대환, 1922~1945)
제주와 오사카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금 현재 제주에서 오사카에 가려면 티웨이 직항이 있다. 제주에서 오사카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100년 전에는 어땠을까? 비행기는 꿈에도 못 꿀일이지만, 이때 제주와 오사카를 잇는 배편이 존재했다. 그 배 이름이 기미가요마루였고 우리말로는 군대환이라고 했다. 기미가요마루는 누가 이용했을까? 관광객일까? 당연히 아니라는 건 누구라도 다 알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궁핍을 피해 비싼 군대환 요금을 내가며 그렇게 오사카로 향했다. 이민진작가 소설 '파친코'에 등장하는 고한수가, 그리고 재일교포 다큐멘터리 양영희 감독의 부모님이 제주 출신이라는 것은 그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사는 조선, 한국 국적자 57만 8495명 가운데 제주 출신이 9만 882명이라고 한다.
그렇게 기미가요마루를 타고 일본에 정착한 제주사람들은 악착같이 일하고 돈 벌어서 고향에 마을길도 깔아주고, 전기 시설도 설치해 주는 등 고향 제주를 위해 애썼다. 특히 애월 고내리 사람들이 일본에서 단합하기로도 유명하고 숫적으로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애월해안로 가면 '재일 고내인 시혜 불망비'라고 적혀 있는 아주 큰 비석을 볼 수 있다.
명월국민학교 이순신 장군
우리 마을에서도 재일 교포분들의 손길을 찾을 수가 있었다. 초등학교의 상징, 이순신 장군은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 우뚝 서 계시는 분이다. 우리 마을에 위치한 명월국민학교 입구에도 이순신 장군이 늠름한 자세로 우뚝 서 계신다. 명월초등학교가 아닌 명월국민학교라고 한 것은 이 학교가 초등학교라는 이름표를 채 달기도 전인 1993년에 폐교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폐교를 이용해 마을 청년회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어디서 좀 본 듯한, 들어 본 듯한 이름 아닌가? 맞다.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 나왔던 바로 그 '명월국민학교 카페' 다. 명월국민학교에 있는 이순신 장군은 이 마을 출신 재일교포 오영구 님이 1978년 4월에 건립하였다. 이제 명월국민학교에 가면 재일 교포들의 헌신도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명월리사무소에 가면 여러 추모비와 기념비가 있는데, 그중 명월에 전기시설을 설치하고 기념하면서 세운 재일교포 기념비가 1971년 4월 날짜로 적혀있고, 명월 상동 마을회관 건립 기념비에 '재일교포 고창옥 공덕비'라는 이름으로 1995년 5월 날짜로 적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림읍 아랫마을인 한경면에 위치한 한경교회 종(탑)도 재일교포 김인효 님이 1967년 4월에 설치하였다.
이렇게 제주 곳곳에 제주출신 재일교포의 고마운 손길이 있다. 타국 생활에서도 고향을 잊지 않는 마음. 궨당문화가 만든 고마운 손길일 것이다. 지금은 제주에서 일본에 가려면 오사카행만 있지만 올 7월부터는 대한항공이 3년 4개월 만에 도쿄 및 오사카 취항을 재개한다고 한다. 도쿄는 일주일에 3번, 오사카는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