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금오름

by Soleh

제주에 입도한 지 십 년. 한림에 산지도 십 년. 이제 조금씩 마을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구나 가고 보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 보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님도 모르는 우리 동네 이야기,... 그 열 번째 이야기다.


그땐 그랬지

내가 금오름을 처음 오른 건, 2014년 11월 경이다. 이 때는 금오름을 찾는 이가 극히 드물었다. 심지어 정상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제주도에서 몇 안 되는 오름 중의 오름이었다. 제주도로 이주한 지 한 달 즈음되었을 때 남편과 차를 타고 올라가서, 한림을 조망했던 기억이 난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조용한 금오름을 사알짝 다녀왔던 그때가 벌써 10년 전 일이다.

그랬던 금오름이 지금은 주차장 100미터 밖까지 차가 줄지어 있다. 물론 이제는 정상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없다.(차량진입 금지) 금오름 아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유명세를 탄 이유가 뭘까?

금오름 정상


예상대로 매스컴의 힘이다. 아니 소길댁 '이효리'님의 파워다. 매스컴에 나왔다고 다 유명해지는 건 아니다. 가수 이효리 님이 2017년에 여기서 본인의 노래, '서울'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이효리 님의 슈퍼파워 효과.


금오름의 명칭

금오름은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오름이다. 정상에 통신망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어 멀리서도 금오름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다. 심지어 금오름은 사유지다.


금오름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과 탐라도(17세기말) 및 탐라지도(1709), 제주삼읍도총지도(18세기 중반) 등에 ‘黑岳(흑악)’으로 표기되어 있고, 제주군읍지(1899)와 일제강점기 지도에 ‘今岳(금악)’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또한 15세기 조선왕조실록, 17세기 고문서와 18세기 읍지류 등에 금악리를 ‘今勿岳里(금물악리)’로 표기하였고 금오름은 ‘今勿岳(금을오름)’으로 표기하였다.

오창명의 “제주도 오롬 이름의 종합적 연구”(2007, 제주대학교 출판부)에 의하면, ”今勿岳(금물악)과 黑岳(흑악)이 같은 음성형을 표기한 것이므로 今勿과 黑은 같은 소리와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 나와 있다.-이 부분은 전문가가 아닌 내게,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 결론만 인용함- 또한 오창명은, 금오름은 금악의 ‘악‘만 ‘오름’으로 바꾼 것으로 ‘금’의 뜻은 물론 전체가 이상한 오름 이름이 되어 버려, 금오름을 ‘금믈오름’이나 ‘금을오름‘ 또는 ’검은오름’으로 쓰는 것이 좋을듯하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금오름은 왜 흑악이었을까! 옛날에는 이곳이 유난히 흙이 검고, 동네도 중산간 산지라 유독 어두워 흑악이라고 했을까? 어쨌든 몇 개의 책을 찾아본 바, 금오름이 금믈오름, 금을오름, 검은오름 이라고 했지만 왜 검을 흑(黑)을 썼는지에 대한 유래는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금오름 분화구


한라산을 천 번 넘게 올랐다던 김종길 님의 “오름나그네”(1995, 높은오름)를 보면, “분화구 안에 예전에 암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서쪽 사면에 돌로 둘러진 집터 모양의 구획된 자리가 그곳이 암자가 있던 곳 같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내가 갔을 때는 억새와 풀들로 가득 차 집터 모양의 구획된 자리조차도 보기 어려웠다.

1990년대 금오름 분화구(이미지출처: 김종길 '오름나그네')


11월 초에 갔던 금오름은, 오르면서 땀이 날 정도로 더웠고-오름이 높아서가 아니라, 날씨가 평년 이상이어서-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도 구경하고, 분화구에 내려가서 사진도 찍고, 정상에 있는 평상에 앉아 한림 쪽도 조망해 보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와 함께 멋진 하늘도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금오름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오랜만에 금오름에 오르니 너무 좋았다.


생각해 보니 10년 전 아무도 없던 오름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오름이 더 좋은 것 같다. 금오름을 내려오는데, 웬 인파가,… 줄지어 금오름을 올라오는 것이었다.


'아! 일몰을 보러 가는구나'


우리는 해지기 전 내려와서 핫도그 하나 사 먹고 옵서버스 예약해서 버스 타고 집에 왔다. (일몰 경 주차 난 장난 아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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