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입도한 지 십 년. 한림에 산지도 십 년. 이제 조금씩 마을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구나 가고 보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 보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님도 모르는 우리 동네 이야기,... 그 아홉 번째 이야기다.
감물 들이기 체험
육아 공동체 가족들과 감물 들이기 체험을 했다. 제주도에 10년 살면서 이제야 해 보다니,….
제주도 사람들은 음력 7월 풋감을 따서 즙을 내어 무명천이나 모시천 등 천연소재의 옷감에 감물을 들여 생활복이나 작업복으로 활용했다. 천에 감물을 들이면 촉감이 시원하고 내구성이 좋아지며 때 타는 줄 모르고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물을 잘 들게 하는 세 가지 요건이 있는데, 첫째 강력한 자외선, 둘째 높은 습도, 셋째 높은 온도다. 그래서 제주도 8월(음력 7월)이 감물 들이기 딱이다.
감을 따서 깨끗한 물에 씻은 후 감꼭지를 떼낸 후 낭도구리에 넣고 덩그렁 마께로 뽀솨가며 즙을 낸다.
풋감에서 뛰어나온 감씨가 젤리 같다며 먹어보라고 하셨다. 겉에 감즙이 묻어서 좀 떫었지만 계속 씹으니 정말 젤리처럼 쫀득하고 먹을만했다.
즙을 어느 정도 내면 거기에 물을 들일 천을 넣고 주물럭주물럭 빤 다음 뜨거운 햇볕 아래 쫙 펴서 널어놓는다. 우리는 큰 손수건 정도 크기의 천으로 체험했는데 4-5일 널어 두었더니 찐한 갈색으로 변했다. 중간중간에 분무기로 물을 가해 주거나, 나 같은 경우엔 물에 한번 담갔다가 짜지 않고 그대로 말리기를 두 번 했다.
요즘은 오일장에 가면 감즙도 팔고 감물 들일 무명천 바지도 판다. 내년 여름엔 옷에 감물을 들여 생활복을 해 입으려 한다. 이걸 만들어 입으면 진정 제주인이 되려나?!^^
오는 11월 2일(토) 오후 3시에 제주현대미술관(한경면 저지리) 야외 잔디광장에서 갈옷(갈천으로 만든 옷) 패션쇼를 진행한다고 한다. 감물 염색 경력자로서,… ㅎㅎ 내 꼭 가 보리다.
음력 칠월
머리빡 벗어지게 더운 날,
풋감 따서
나무 바구니에 놓고
둥그런 방망이로 찧어
감물 치대고 물 적셔가며
말린 게 갈천이다.
그리고 이슬 맞히면 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