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입도한 지 십 년. 한림에 산지도 십 년. 이제 조금씩 마을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구나 가고 보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 보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님도 모르는 우리 동네 이야기,... 그 여덟 번째 이야기다.
배령연대
“올레길 걸으니 너~~ 무 좋더라”
“제주도 한 바퀴 돌고, 다 돌면 반대로도 꼭 돌아봐”
제주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언니의 말이다.
반대로도 꼭 돌아야 한다는 말이 여운을 남긴다.
나는 제주에 10년째 살고 있지만, 올레길을 제대로 걸어본 경험이 없다. 언제나 한 바퀴 돌고 반대로도 돌아볼 수 있으려나!!
오늘 올레길 14코스……, 옆을 다녀왔다. 14코스를 절반 조금 넘게 걸으면(저지에서 한림 방향으로) 일성콘도 앤 리조트가 나온다. 일성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10시 방향 근처에 배령연대가 있다. 내가 올레길을 걸어보지는 않았지만 일성 지나자마자 10방향을 바라봐도 배령연대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직 배령연대만이 올레꾼들을 지켜볼 뿐이다. 배령연대를 다녀오면서 올레길과 연결되어 있다면 '연대에 올라 바다도 바라보고, 비양도도 바라보며 한숨 돌리며 갈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봤다.
굳이 14코스를 걷다가 배령연대를 가려면 배령연대로 로 접어든 다음, 몇 채 있는 집 들 사이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금능리 1603번지). 그러니 딱히 갈 이유가,... 그러나 제주도 기념물 23-19호에다가 조선시대 당시 별장 6명, 연군 12명 즉, 공무원이 18명이나 근무했던 곳이다. 나는 배령연대를 서너 차례 다녀왔는데, 참 쓸쓸히 바다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외로워도 보이고, 외딴곳을 홀로 지키는 지킴이로서 든든하기도 하다. 배령연대로에서 집 들 사이로 난 올레길(진짜 제주도 올레길)을 따라가면 너무 좁고 풀도 무성하며 그리 걷고 싶지 않은 것 같으나, 배령연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나만 보는 뷰를 봤다는 자랑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배령연대에 오르면 바다, 비양도, 한림항, 한라산 까지 다 볼 수 있다. 배령연대까지 가는 짧은 올레길은 거칠지만 배령연대는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연대 소개가 늦었다. 연대는 제주도 조선시대에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정치•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이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소개된 배령연대를 보면, 원래 사각모양이 아닌 원형모양에 가까운 형태였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복원된 형태는 사각모양이다.(배령연대에 설치된 안내표지판에는 원래 형태가 사각모양이어서 사각형태로 복원했다고 쓰여 있다.)
명월진에 소속된 연대는 배령연대(금능), 마두연대(한림), 죽도연대(한수), 우지연대(귀덕), 귀덕연대(귀덕)인데, 배령과 우지는 현재 복원되어 있고 마두와 죽도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며, 귀덕연대는 귀덕초 북쪽 울타리 안에 연대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제주도의 방어시설
조선시대 제주도는 태종 16년(1416)에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으로 1목 2 현제가 정립됐다. 제주목에는 정 3품의 목사, 정 5품의 목사보좌관 판관, 정의 및 대정현에는 종 6품의 현감이 부임되었다.
방어시설로 3성 9진 25 봉수 38 연대를 설치했다. 탐라순력도를 그리게 한 이형상 목사의 “남환박물”을 보면 봉수와 연대가 63곳이었다고 나온다.
3성은 제주읍성, 정의현성, 대정현성이고, 9 진성은 동쪽부터 화북진성, 조천진성, 수산진성, 별방진성, 서귀진성, 모슬진성, 차귀진성, 명월진성, 애월진성이다. 이 중 제일 먼저 축조된 진성은 우도에 출몰하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1439년에 설치한 수산진성이고, 제일 나중에 세운 진성은 화북진성(1687년)이다. 규모면으로 보면 명월진성이 가장 컸으며, 형태는 수산진성과 차귀진성이 사각형 모양이었고 한다. 현재 서귀진성, 모슬진성, 차귀진성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동네에 있는 명월진에 소속된 봉수를 보면, 총 25 봉수 중 만조봉수(느지리 오름)와 도내봉수(어도 오름)가 있다. 그리고 38 연대 중 명월진 소속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배령연대, 마두연대, 죽도연대, 우지연대, 귀덕연대가 있다. 이 중 복원된 연대가 배령연대와 우지연대다.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배령연대와 우지연대를 다녀와 보니, 나라도 글을 통해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것이 제주 문화요 역사이며, 우리 동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