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랑방 고씨주택

by Soleh

제주에 입도한 지 십 년. 한림에 산지도 십 년. 이제 조금씩 마을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구나 가고 보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 보려고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님도 모르는 우리 동네 이야기,... 시작합니다.


제주 원도심의 역사와 도시재생프로젝트

이번 이야기는 우리 동네(한림)에서 좀 떨어진 제주시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제목에서 밝힌 고씨주택은 제주시내, 그것도 우리가 원도심이라고 부르는 곳에 위치한, 약 80년 정도 된 주택이다.

제주전통 형식인 안거리(왼쪽), 밖거리(오른쪽)로 구성된 고씨주택


제주사랑방이라 불리는 고씨주택을 소개하기 앞서 제주 원도심의 역사를 간략히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서울에도 한양도성이 있듯이, 제주도에도 제주읍성이 있었다. 제주읍성의 설치 시기를 보면, 어떤 자료(디지털제주문화대전)에는 탐라국 시절인 1105년에 축조되었다고 못 박아 나오고, 어떤 자료(제주 원도심으로 떠나는 건축기행)에는 조선 태종실록에 제주읍성에 대한 기록이 있어 적어도 태종이전에 설치된 것으로 추측된다고만 나온다. 어찌 되었건, 제주읍성은 행정구역상, 군사상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틀림없다. 제주는 탐라시절부터 읍성 내부 및 주위가 제주의 중심이었다. 현재의 일도동, 이도동, 삼도동 및 건입동 쪽으로 보면 된다. 한양도성이 남대문, 서대문, 동대문이 있듯이 제주읍성에도 동문, 서문, 남문이 있었다.

제주읍성 남문(좌)과 서문(우)_이미지출처: 제주 원도심으로 떠나는 건축기행, 김태일, 29쪽


그러나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일본은 제주읍성을 철거하고 심지어 읍성 내에 있었던 목관아를 훼손하며 그곳에 도청, 법원, 경찰서, 우체국 등을 건립하였다. 그래서 현재 제주읍성은 아쉽게도 그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역사의 한 편린이 되었다.


우리는 제주읍성과 그 주위를 '제주 원도심'이라 부른다.

제주읍성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표기
제주읍성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표시(세부)
제주읍성(빨간원)과 고씨주택(보라색 타원)의 대략적 위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인구 증가와 함께 도시의 팽창으로 신도시가 생겨나면서 원도심은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물리적 공간으로써도 노후가 진행되었다. 드디어 제주도가 역사와 문화가 깃들여 있는 원도심을 내버려 두지 않기로 했다.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그중 하나로 고씨주택이 제주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위 지도에서 보라색 타원형이 고씨주택의 위치다.(타원을 너무 크게 그렸네 ㅠ)


제주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난 고씨주택

고씨주택은 1949년에 지어진 가옥인데, 형태가 제주식과 일본식의 절충식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일본식을, 기능적인 면에서는 제주 민가의 전통적 내용을 계승한 가옥으로 평가되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에 의해 철거위기를 모면했다.

그래서 2018년부터 안거리는 누구나 필요하면 언제든지 공간을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는 사랑방이 되었고, 밖거리는 책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바로 옆은 어선에 부식 납품을 했던 유성식품 건물을 제주도가 매입해 “케왓”이란 이름으로, 제주 음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다 방면에서 촬영한 고씨주택 외관


고씨주택 내부


한림에도 고씨주택과 같은 사랑방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케왓처럼 주방이 있는 공공시설은 아이를 키우는 돌봄 공동체 엄마들에게는 매혹적인 공간이다. 이곳을 사용하고자 제주시까지 가기엔 무리이고, 한림에도 이런 공간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만 가져본다.


고씨주택 위치: 제주시 관덕로 17길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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