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먼지가 폴폴 날리는 운동장을 기억한다. 어린 시절, 나의 운동장이 그랬다. 점심시간이 되면 우르르 나와 무리 지어 놀았다. 시끌벅적했다.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땅따먹기, 구슬치기, 자치기, 비석 치기, 오징어 놀이, 줄넘기, 숨바꼭질 하다못해 핀 따먹기도 했다. 계절에 맞게, 운동장 사정에 맞게 그때그때 달랐다. 웃는 소리랑 싸우는 소리가 뒤범벅되었다. 5교시 수업 예비종이 울리면 썰물 빠지듯 운동장이 비어갔다.
여자아이들 고무줄놀이에는 항상 훼방꾼이 있었다. 고무줄을 끊고 보란 듯이 도망치던 남자애들이다. 내가 하는 고무줄놀이에 꼭 등장했던 아이가 있었다. 흰 이를 드러내고 낄낄 웃으며 도망치던 아이다. 피부가 까매서 이가 더 희게 보였는지 모른다. 꼴 보기 싫은 못된 애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 아이는 시내버스 차장이 되어있었다. 공부를 안 하기도, 못하기도 해서 학업은 뒷전이었던 것 같다. 시내버스에 사람을 구겨 밀어 넣으며
“오라이.”
큰 소리로 외치거나 버스를 손으로 치면 버스가 출발했다. 여전히 날 보면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어느 해 겨울, 고향인 부안 격포항을 친구들과 여행하게 됐다. 시외버스에 올랐는데 그 친구가 시외버스 차장으로 승진했는지 버스에서 마주쳤다. 웃었다. 딱히 할 말은 없어서다. 버스 삯을 차 안에서 현금결제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그 동창이 씨익 웃으며 다가오더니
“현주 친구세요?
제가 어렸을 때 현주를 아주 좋아했어요. 오늘 버스비는 공짜입니다, 구경 잘하세요.”
웃으며 갔다. 여전히 이가 하얗고 피부는 까맣다. 친구들이 웃었다.
“현주 덕에 돈 벌었네. 하하하.”
어쩌다 싱거운 그때 고백이 생각나면
“하하하” 웃는다.
나를 좋아해서 그랬다는 것을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알린 것이다. 이제와 떠올리면 장난을 치고 웃었던 모습이 순수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게 너는 짓궂고 못된 아이었고, 네게 나는 그런 의미였구나.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 아무개가 날 괴롭혀.”라고 하면
“그 아이가 네게 관심 있나 보다. 좋아하나보다.” 하며 웃었다.
딱 그 나이, 그즈음의 일들이다. 시대는 변해도 오해하기 쉬운 나이는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