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미비아에서 쉬어간 곳들

나미비아 여행 숙소 후기

by 르겔

여행의 꽃은 아무래도 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지만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모든 여행이 허사에 그칠 수도 있다. '아무렴 자는거야 대충 자고 좋은 것만 많이 보고 오면 될거야.'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하지만 불쾌하고 불편한 경험을 하고나면 자칫 여행 전반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시끄러운 투숙객들, 추운 잠자리, 더러운 화장실 하나에 기분 나빠진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편안하게 씻고 잠들만한 환경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나미비아 여행에서 쉬어간 숙소들을 소개하고 간략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필자가 숙소에 어느 정도 관대한 편이라는 점은 감안하시길 바란다.




1. 빈트후크 - Maerua Mall Accommodation Solutions(★★★★☆)


대략 이렇게 생겼는데 투룸이었다(사진출처 : Booking.com)

빈트후크에서는 도착한 날과 떠나기 전 날, 총 이틀을 묵었고 익숙한 숙소에서 자고 싶어 두 번 다 Maerua Mall에 위치한 이 아파트에서 묵었다. 숙소는 일단 깨끗하고 신식이다. 화장실, 침대, 주방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쾌적한 환경이었고 난방도 잘 되어서 아주 따뜻하게 잤던 기억이 있다. 아파트인데도 어매니티까지 잘 갖춰져있었다. 더군다나 입지가 아주 좋다. Maerua Mall 내에 위치한 숙소인데, Maerua Mall은 빈트후크 시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다.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물품과 식량을 구매할 수도 있었고, 테이블 마운틴에서 신발이 망가졌던 친구는 신발가게에서 새 신발을 하나 샀다. 쇼핑몰 내에 음식점도 많아서 피자를 포장해와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다만, 이용이 조금 불편한게 Maerua Mall 내에 프런트가 없다. Hillside Executive self catering Accommodation이라는 숙소에서 관리하고 있기때문에 반드시 그쪽으로 먼저 가서 체크인을 해야한다. 물론 업체에서 태워다주기는 하지만, 숙소까지 가는데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이 점만 제외하면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이 점에서 별 반개는 뺐다.


주의할 점으로는 2020년 1월 7일 기준, 부킹닷컴에서는 예약이 불가한 것으로 보인다. 계속 영업 중인지 확인이 어려운데, 문의는 Hillside Executive self catering Accommodation 쪽으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이 숙소가 아니더라도 Maerua Mall 인근의 숙소를 고려하고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2. 세스리엠 - Hauchabfontein camp(★★★☆)


말이 필요없다.

일단 풍경이 사기다. 황량하고 거대한 계곡을 옆에 세워두고 있으며 시야를 거의 가리지 않아서 제대로 캠핑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캠핑 사이트 간 거리가 멀고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장작 타들어가는 소리를 벗삼아 남반구의 별을 구경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관리인이 장작을 통해 공용 샤워장의 물을 데우기때문에 이용객이 몰리기 전에 씻으면 온수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가고픈 순간을 단 하나 꼽으라면 이 순간이다.

하지만 캠핑사이트인만큼 특유의 불편감은 어쩔 수 없다. 샤워장이 협소하고 여벌 옷 놓을 공간도 충분치 않은 것도 그렇고, 요리할 수 있는 장소도 딱히 쾌적하지 않다. 장작을 제외하고는 물품을 구매할 수 없고, 물품을 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장소는 내가 알기로 Sesriem 국립공원 내부이다. 30분~1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 점에서 사실 NWR에서 운영하는 국립공원 내의 Sesriem camp site(https://www.nwr.com.na/resorts/sesriem-camp)를 이용하는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어보인다. 특히 1박 이상 머무를 생각이라면 Sesriem camp site에서 머물렀을 때는 입장료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 아름다웠던 추억의 장소지만 누군가에게 그렇듯이 사실 나에게도 하나의 대체재에 불과했던 때가 있다.




3. 스와코프문트 - Eazy Sleep Accommodation(★★★☆)


주인 아저씨의 친절함이 돋보이는 곳이다. 주말임을 감안하여 저녁식사할 레스토랑을 예약해준다는 제안부터, 정전이 되었을 때 빨래를 부탁하려 했는데 자기가 손빨래를 하든 동네 사람들에게 맡기든 무조건 처리해주겠다는 위트와 책임감까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주인 아저씨를 통해 쿼드바이크 투어도 신청할 수 있었다. 숙소 내부도, 특히 화장실이 아주 깔끔한 편이었다.


숙소명에 부합하는 분위기이다.(사진출처 : Booking.com)

아쉬운 점은 우리가 묵었던 방이 원룸이었다는 것이다. 더블배드와 이층침대가 한 방에 있다보니 별도로 놀거나 쉴만한 공간이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사람에 따라 협소하다고 평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한 주방과 침실은 역시 분리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공간 구분이 확실히 되어있지 않다보니 아침에 누군가 왔다갔다 하거나 식사준비를 하면 자연스럽게 전부 일어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숙소에 들어오고 빠져나갈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진입로와 주차공간이 묘하게 좁아서 큰 차를 가져왔다면 당황할 수 있다.




4. 오카한자 - Ombo Rest Camp(★★★)


이름은 캠프지만 캠핑사이트는 아니다. 숙소 안에 침대가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름이 캠프라 그런지 숙소 내에 침대와 탁자, 의자를 제외하고는 물품이 별로 없다. 우리가 빌려온 캠핑용품을 꺼내서 사용했어야 했다. 그리고 밤이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나미비아의 날씨를 막기에 좋지 못한 방 구조였다. 나는 유리 미닫이 문 옆에서 자느라 꽤나 쌀쌀했던 기얷이 난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숙소는 숙소 본연의 기능으로서 보다는 부가적인 점수를 얻을만한 곳이다.


따스한 이미지의 숙소, 타조를 실컷 볼 수는 있다.

먼저 숙소 바로 옆에 동물들이 돌아다닌다. 타조, 기린, 겜스복 등 사파리에서 볼 수 있을법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근처에 들른다. 사육하는 동물들은 아닌 것 같은데 관리인이 물과 건초를 치우는걸 보면 야생동물들이 숙소 근처에 머무를 수 있게끔 하려는 것 같다. 만약에 일정상 에토샤를 절대 갈 수 없고 동물들만 가까이서 볼 생각이라면 이 숙소도 아주 조금은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에토샤와 비교될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아침을 사먹을 수 있다는건 꽤 큰 장점이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아침을 사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캠핑용품을 빌렸고 텐트도 빌렸지만 굳이 편한 방이 옆에 있는데 캠핑을 하지는 않듯이, 굳이 편하게 사먹을 수 있는데 어설프게 해먹지는 않을 수 있다. 특히 이즈음 우리는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고 변변찮은 식량도 없었기때문에 그냥 아침을 사먹기로 했다. 따뜻한 커피에 스크램블드 타조알까지 누군가 해주는 밥이 역시 좋긴했다. 이래저래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 오직 쉼에 집중한 곳이었으나 아침밥을 사먹을 수 있다는 점이 따뜻했다.




5. 에토샤국립공원 - Halali camp site(★★★★)


에토샤국립공원의 캠프 사이트는 NWR에서 관리하는 것으로만 한정하면 크게 세군데다. B1, C38국도를 쭉 따라가면 나오는 에토샤국립공원 출입게이트에서 가까운 순으로 Okakuejo, Halali, Namutoni인데 공통적으로 캠프 사이트에 더해 일반 숙소도 운영하고 있다. 저 명칭은 작은 마을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특정 시간대에만 마을 게이트를 개방하고 마을 안에는 안내센터부터 작은 매점, 식당까지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Halali camp site가 에토샤 내 다른 캠프 사이트에 비해 어떤 점이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위치적인 장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에토샤 국립공원의 세 마을 중 가운데 있다는 점이다. 보통 Okakuejo와 Namutoni를 잇는 큰 길가 위주로 다닌다는 점을 생각하면 첫 날에 조금 늦게 도착해도 한 쪽을 볼 수 있고 다음 날 나머지 한 쪽을 주의 깊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연못은 다른 캠프사이트에서 가보지 않아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대가 높고 가깝게 느껴져서 관찰이 용이했던 것 같다.




우리가 묵었던 다른 사설 캠핑장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있다보니 인구 밀집이 높은 편이었다. 샤워장 이용은 특히 사람이 몰리지 않은 시간대가 편했던 것 같다. 또한 캠프사이트가 비좁은 것은 아니었지만 일찍 와야지 남들 밥 먹을 때 모래먼지 휘날리지 않고 운이 좋아야 나 밥 먹을 때 모래먼지 휘날리지 않는다. 그래도 캠프 사이트 탁자에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어 전기사용이 조금은 용이했던 장점이 있다. 캠프 사이트는 캠프 사이트일 뿐 숙소로서의 최대 장점은 사파리의 한가운데라는 점이다.


추가적으로 한 가지 불편한 것은 숙소 예약 후 변경을 할 때 요금이 덜 발생하면 기존에 지불된 비용을 전액 환불주지 않고 NWR 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으로 전환해준다는 점이다. 전환된 크레딧을 홈페이지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 예약을 변경하고 크레딧을 받게 되기에 크레딧을 확인해주는 영수증(?)을 들고 다녀야 하며 식당에서는 사용 가능한데 매점에서는 사용이 안 되는 등 사용처도 제한되어 있다. 혹시 일정 변경을 희망하는 경우 사전에 꼭 문의해두시기를 바란다.




번외로 짤막하게 렌트카에 대해 소개하면, 이 시국에 안타깝지만, 토요타의 4X4 차량인 Fortuner(오토)를 빌렸다. 차량용 텐트에 추가 2인용 텐트 그리고 가스를 비롯한 캠핑용품을 모두 렌탈했다. 보증금 70만원에 렌트비 170 가량을 더하여 열흘가량 빌리는데 총 240만원 정도 지불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보증금은 일부만 환급받았다. 상당히 비싸다고도 볼 수 있지만 상당한 거리가 비포장도로인 점, 수동차량에 익숙하지 않은 점, 캠핑용품을 한국에서 가져갈 수도 그렇다고 필요할 때마다 살 수도 없었던 점을 들어 나름 합리적인 비용이었다. 업체는 Busholre(https://bushlore.com)였는데 이 역시도 조금 부지런하게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더 나은 조건에 차를 빌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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