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나미비아 여행 1일차
이제는 어엿한 사회구성원이 되어 하루하루를 고생 속에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만나면 서로의 밑바닥을 내보일만큼
그 친구들이 일상에 찌들어 고됨과 무료함을 느끼고 있기에 여행을 제안했다.
여행은 8월에 가되 2월부터 미리 회사에 보고를 하라고 했다.
그렇게 여행은 시작됐다.
우리는 8월 어느 날 밤,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친구 하나는 뒤늦게 합류를 확정지은 바람에 먼저 출발했고 나와 다른 친구 둘이 함께 출발했다.
이 여행의 첫 목적지는 케이프타운이었지만 우리의 여행 카톡방 명은 'Namibia Go'였다.
첫 목적지와 주 목적지의 괴리는 나와 친구들이 대항해시대 유저였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스페인-포르투갈을 여행할 당시 나는 대항해시대의 흔적들을 찾아보려 애썼다.
중학생 때 정말 재미있게 했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여파였다.
게임 속 나는 지중해와 대서양, 북해를 누비고 나아가 저 멀리 인도양까지 항해를 해나가던 상인이었다.
그 현신인 나는 게임 속 내가 누렸던 영광이 깃든 그곳을 원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 속에 식민지 경험을 했던 국가의 구성원치고는 이상한 발상이었다.
비록 지난 여행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과거에 함께 바다를 누비던 친구들과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나미비아 한 군데만 가기에는 일정이 조금 남았기에, 나미비아와 가깝고 우리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곳을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케이프타운이었다.
어쩌면 대항해시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 '희망봉'이 자리한 도시였기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시내로 가는 길, 케이프타운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테이블마운틴이 어디서나 보였다.
그리고 또 볼 수 있는 것들은 넓은 들판의 낮은 집들이었다. 판자촌같은 곳도 있었고 멀쩡한 집도 있었다.
그들의 부의 수준은 내가 상세히는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여행 전부터 케이프타운의 빈부격차에 대한 글을 꽤 읽었던 것으로 보아 비교적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보였다. 본격적인 시내에 진입한 이후에도 몇몇 마을은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부촌이라는 설명을 받았던 반면, 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있었던 지역은 부랑자로 보이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흉흉한 범죄가 빈번한 탓인지, 그게 아니라면 빈자들에 대한 불신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은 건물에는 'Armed response'라는 푯말이 있었다.
가볍게 걸으며 마무리하는 하루, 환상적인 하늘빛과 시원한 바다를 보며 한바퀴 산책을 하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였기에 환전, 전화 개통, 체크인만 했는데도 시간이 금세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밤, 돌아다닐 용기도 없었으며 돌아다녀볼만한 곳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