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나미비아 여행 2일차
여행 둘째날, 한국에서 미리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분을 컨택하여 개인투어를 신청했다.
케이프타운은 시티투어버스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고 들었지만, 사람도 많고 더 편하게 다니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후회하지 않았다. 시간도, 만나고 헤어지는 위치도 전적으로 맞춰주셔서 아주 좋았다.
캠스베이에서 해변과 12사도봉을 조망하고, 후트베이에서 물개, 그리고 볼더스비치에서 펭귄을 본 뒤 마지막으로 희망봉을 가는 일정이었다.
12사도봉은 테이블마운틴 12개의 봉우리가 쭉 뻗어져있는 것을 의미한다. 푸른 바다와 뻗은 산의 기상을 보고 싶었지만 정말 아쉽게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이 날 날씨는 희망봉의 이름이 왜 원래 폭풍의 곶이었는지 알려주는 날씨였다. 중간중간에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여행의 시작부터 거센 파도와 시커먼 하늘을 맞이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다행히도 물개를 보러갔던 후트베이(Hout bay)에서는 날씨가 괜찮았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하는 일정이었기때문에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참 다행이었던 점이다. 선착장 근처에서 배를 기다리며 어린아이들의 아프리카 전통춤 공연을 구경했다. 한 아주머니의 지도 아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는데, 당시 날짜가 아마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말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들을 상대로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돈을 번다. 그것도 어린아이들이. 아프리카라는 편견을 거두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가지는 인식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나 싶었다. 야생의 땅에서 느낄 수 있는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기운. 그것을 원하기에 아프리카를 찾고, 그러한 관광객들을 알기에 춤과 노래를 공급하는게 아닐까. 은연 중에 나도 이런 모습을 조금은 기대하고 아프리카를 찾았을지 모른다.
케이프타운에는 로벤섬이 있다. 섬의 이름을 물개에서 따왔을 정도로 물개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로벤섬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들어섰다. 넬슨 만델라가 오랜 기간 수용된 그 악명높은 수용소이다. 그래서인지 너른 바위를 필요로 하는 물개들은 로벤섬을 떠났고, 이곳 후트베이에 정착했다고 한다. 정치범에 대한 탄압을 위해 로벤섬에 수용소를 짓지 않았다면 나는 케이프타운 로벤섬에서 물개를 봤을지 모른다. 역사는 물개의 서식지도 바꾸어 놓았다.
케이프 반도의 동쪽 해안을 따라가다보면 볼더스비치가 있다. 펭귄서식지 보호구역을 만들어 둔 곳이다.
펭귄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 없이 갔기에, 그저 아프리카에 펭귄이 있으니 신기하겠다 보러가고 싶은 정도의 마음이었기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펭귄을 관찰했다.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은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더 적합한 표현을 찾자면 그들 삶의 주체는 전적으로 그들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 일이다. 야생의 펭귄들이다보니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고, 내가 원하는대로 바다에 들어가 열심히 헤엄을 쳐주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삶을 살 뿐이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다양한 펭귄의 생태를 보고 싶었지만 우리는 8월 어느날 아프리카펭귄 한 군락의 모습을 봤을 뿐이었다. 후트베이에서 봤던 원주민 아이들과는 달리 그들은 일요일을 평온하게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