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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겔 Aug 20. 2020

친구 J의 앨범 소개글을 쓰다

J와는 처음 교복을 입을 무렵 친구가 되었다. 프라모델 만들기라든가 새벽에 라디오 듣기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어 말이 잘 통하던 J와 어느새 20대를 건너 30대를 함께 하고 있다. 서로의 생활은 이제 크게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어 여러모로 멀어지는 현실을 인지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공유할 수 있어 꽤나 말이 잘 통하는 상대이다. 


그런 J는 뮤지션이다.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하는 일을 본업이라고 한다면 본업은 따로 있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음악이 바탕에 있어 뮤지션이 본업이라 할 수 있겠다. J는 고생에 또 고생을 겪으며 음악을 놓지 않다가 꽤 시간이 흘러서 군대를 다녀오고 현실의 벽을 무시하기 힘듦을 깨달았다. 담담하게 고민을 풀며 더 이상 음악에 전념하지 않기로 한 마음을 전했을 때 주변 친구들은 유년시절의 꿈도 이제는 정말로 앨범 속 빛바랜 사진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는데, 아쉽긴 해도 음악을 놓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모습에 할 수 있는 것은 응원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응원하였다. 그래도 J가 뮤지션인 것은 여전히 음악에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바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최근 싱글 앨범 '함께'를 발매하였다. 평상시와 같이 '앨범이 나오는구나' 정도의 생각으로 J를 바라봤는데 갑작스럽게 J는 나에게 앨범 소개글을 의뢰했다. 글을 전문적으로 공부했거나 쓰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전혀 써보지 않은 종류의 글이기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의 글로 J의 음악을 소개해주는 일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아서 받아들이고 말았다. 총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십수번을 들었다. 정말 여러 차례 곡에 담긴 J의 진심을 알아차려보려 했지만, 설령 내가 느낀 것이 있다 하여도 온전히 다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만든 산물이기에 나는 감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뭐라도 조금 써보았다. J의 앨범을 듣고 써 본 소개글을 아래에 적어본다.




요새 뭘 먹었는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인상 깊은 음식이 없었던 것인지, 입맛이 없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제는 어떻게 끼니를 때웠고, 최근에 밥을 어떻게 먹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끼, 한 끼를 헤아려보고 비로소 혀에 밟히는 끼니를 하나 떠올려보면 다름 아닌 집 밥이 남는다. 특별한 별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소박한 한 끼일 뿐인데도, 굳이 기억이 나는, 굳이 잔상이 남는 식사를 찾자면 집 밥이 떠오른다.


비단 나에게만 해당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집 밥의 힘에 공감한다. 부담스럽지 않고 소박하다. 정직하고 꾸미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또 찾게 된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사실 질릴 일이 없다. 정성을 아끼지 않고 담았음에도 과하지 않아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다. 매사에 정성을 다 하고 진심으로 대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신하고 과장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것들을 담담하게 보이는 사람이 좋다. 특출 난 것은 없어도 진심을 담아 부담 없이 전하는 사람이 일상 속에 떠오르고 문득 한 번 더 연락을 하게 된다. 잘 지내느냐고. 한동안 잊고 지낸 집 밥의 안부가 궁금하듯,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다.


전성은이란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 손에 꼽는 집 밥 같은 사람이다. 꾸밈없고 담백하여 이런 사람은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싶으면서도, 정작 그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은 늘 짧은 듯하여 아쉽다. 그래도 좋은 점 하나는 그런 전성은이 곡을 쓰고 부른다는 것이다. 바깥 음식에 물려 외롭고 지쳤을 때 마음 달래주는 집 밥처럼, 전성은의 곡은 별 것 없어 보이지만 힘이 된다.


이번에 낸 ‘보고 싶었어요'와 ‘함께' 두 곡도 그렇다. 보고 싶었던 사람이 다가옴을 반기는 이야기, 둘이 하나가 되었으니 뭐든지 함께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보통의 이야기지만 괜히 한 번 더 듣게 된다. 심심하고 소박하게 마음을 전하고 있는데, 자신의 정성을 알아주든 말든 그저 나는 정성을 다 담겠다는 참 좋은 마음을 꾹꾹 눌러 읊고 있음이 느껴진다. 특별한 기교도 꾸밈도 없이, 담백하게, 이게 너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아끼는 말들을 고른 것이라 생색내지 않고 내민다. 이 사람이 진심을 담아 쓰고 부른 곡임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알 수 있다. 그 덕에 나 또한, 진심으로 곡을 듣고 글을 쓸 수 있었다.




아래 링크에서 J의 곡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전 앨범인 '별 것 없던 시간'도 좋은 앨범이며, 다섯줄로 활동하던 시절에 냈던 '그 시간 그때에 그대 내게'는 저의 지친 몸을 지탱해주는 감사한 곡 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재밌는 경험을 선사해준 J에게 늘 그렇듯이 고마움과 응원을 전하며, 글을 맺습니다.


네이버 바이브 - https://vibe.naver.com/album/4725037

맬론 -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468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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