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5일
1.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여 오랜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결혼식은 조금 남았지만, 미리 청첩장을 받고 축하를 건네는 자리였습니다. 친구의 결혼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저의 결혼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다른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면 나의 결혼생활이 기차 차창에 스치듯 지나가 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특히 결혼식에서 서로를 향해 앞 날을 약속하는 모습을 볼 때면 더 그렇습니다. 구체적인 후회나 자책으로 앞날을 기약하는 것은 아니고,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아쉬워하며 붙잡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차창 밖 논밭과 산, 들판을 슬쩍 보며 환기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그랬구나, 그랬지, 그랬는데, 그랬지만, 하면서 가볍게 메모를 남기고 체크하는 시간. 생각이란 게 매번 빽빽하고 구체적이어야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고 보니 당신을 진심으로 생각했어야 하는 자리에서 그 당신이 아닌 나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했네요. 미안합니다.
2.
보편적인 관계, 보통의 연애와 결혼, 평범한 삶 이런 것들을 믿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내 믿음을 무의식 중에 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이들에게도 적용하려고 했습니다. 내가 보기에 아쉽고 안타깝다는 이유로 적극적 개입을 하려 했던 겁니다. 사실 이제 와서 보니 보편, 보통, 또는 일반이나 평범, 그런 것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세계가 있음에도 이를 알지 못했고, 그저 나에게만 국한되는 것임에도 그 믿음과 생각이 확고했던 것입니다. 평생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그 확고함은, 바람에 스쳐도 깨어질 듯 팽팽한 긴장 위에 위태롭게 서있었던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잘 몰랐거나, 알았어도 쉽게 잊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흠결과 실수를 쉽게 지적했고, 교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서로의 삶은 머리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릅니다. 닮은 것 아닌가 싶다가도 작은 차이 하나가 크게 느껴집니다. 달라지지 않음을 아쉬워할게 아니라 달라질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향한 최선의 응원과 지지는, 내가 생각하는 답을 말해주려 한 마디 덧붙이는 것보다는, 조금 조용하더라도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어주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3.
이번의 모임에서도 나는 적극적으로 침묵하려 노력했습니다. 말하려는 마음은 너무 가볍게 일어나고, 들으려는 마음은 쉽게 유지되지 않더군요. 내가 당신이 아니기에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일 원하지 않는 말을 들었다면 나의 주제넘음을, 만일 원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나의 무심함을 탓하시고 용서해 주길 바랍니다. 소중한 물건도 방치하면 때가 타고 먼지가 쌓이듯이, 우리의 관계도 노력이 없다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다음에 당신을 볼 때는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