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담대하지 않은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글쓰기야말로 담대함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2. 혼자 있는 것이 글쓰기의 물리적 전제라고 들어왔는데, 고독이야말로 내가 가장 견디지 못하는 일이었다.
3. 오랫동안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두려움에 차 있었는데, 작가란 그 불특정 다수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 모든 두려움을 딛고 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제는 글을 쓰지 못할까 봐서 두렵다.
그런데 위의 두려움들은 불안이고 글을 쓰지 못할까 봐 생기는 두려움은 공포에 가깝다. 삶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포탄 같은 공포. 그리하여 나는 불안을 방지하기보다는 공포에 맞서기 위하여, 오늘도 조금씩 글을 쓴다. 언젠가는 나 또한 온갖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고,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