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에서 열리는 g서울 아트페어에 다녀왔다. 많은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강민수'라는 작가의 'Shower(2016)'란 작품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식물원 같은 공간에서 인물이 몸을 씻는 그림이었는데 나무들과 샤워기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했다. 기차가 벽난로를 뚫고 나오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본 느낌이었달까. 페어를 다 관람하고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나 또한 그런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렇게 문득 떠오른 것이 토성의 카페이다. 토성의 고리 위에 앉아 커피 한 잔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예술적일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4B연필을 들었더니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파스를 새로 붙여야 했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시그노 미츠비시 검정 0.28로 윤곽을 그린 뒤 staedtler 검정펜으로 밑그림을 마무리했다. 그 뒤엔 PRISMA 48색 색연필로 색칠 시작.
보이다시피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서 음료가 준비되어 웨이터가 고리 테라스로 가져다 준다. 지구에 있는 카페와 다르지 않게 둘이서 수다 떠는 사람들, 혼자서 글을 쓰는 사람,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 등 다양한 손님이 있다.
색칠 완성! 사람과 탁자, 의자는 칠하지 않기로 했다. 어깨가 아파오기도 했고, 너무 꽉 채워버리면 답답할 것 같았다. (대충 그린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음번에 누군가와 카페 테라스에서 대화를 한다면, 눈을 감고 스스로가 토성의 고리 위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예술적인 공상이 될 것이다. 이런 독특한 사유를 유도하는 것만큼 중요한 예술의 기능이 있을까? 현실의 틀에 제약받지 않고 모든 가능성의 지평을 한숨에 가로질러버리는 예술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