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가 먼바다로 나가자 수평선이 둥글게 나를 감싼다.
보이는 것은 오직 바다와 하늘뿐이다.
하늘에 태양은 외로운 듯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고, 바다는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거친 파도를 만들어 끊임없이 일렁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망망대해에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작은 새를 발견했다.
수십 마리가 무리 지어 날고 있었다.
새들은 점처럼 작아 보여서 하마터면 놓쳐버릴 수도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새들은 조그만 날개를 쉴 새 없이 젓고 있을 것이다.
그 조그만 몸으로 얼마나 힘든 비행일까?
허기와 갈증은 어떻게 견딜까?
바람막이 없는 바닷바람이 그들을 쉴 새 없이 괴롭힐 텐데 얼마나 지쳤을까?
이 조그만 새들은 어떻게 끝없이 너른 바다를 날아갈 결심을 했을까?
사람들은 새에 비하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가까운 거리를 걸으면서도 힘에 부쳐 헉헉거리고,
하찮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도전 앞에서 무기력하고.....
새들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그것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들의 유토피아는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과연 새들은 원하는 곳까지 닿을 수는 있을까?
어렸을 적, 산을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꿈 속이나 동화 속에서 등장하는 아름다운 세계, 환상의 세계가.......
그러나 산 넘어 세계도 내가 사는 세상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날아가는 새들이 찾는 이상적인 세상은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고 여린 몸으로 꿈을 찾아 날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희망을 가지고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