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의 동행
문득 그런 생각에 빠졌다.
‘차란 무엇인가?’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있다.
차는 단순히 맛을 즐기기 위한 음료가 아니라는 것.
사향오미를 구별하는 연습도 감각의 빈곤을 채우기 위한 기술적 욕망이 아니다.
이를 ‘궁구(窮究)’하는 이유는 훨씬 깊은 곳에 있다.
그렇다면 차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어디를 지향하는가.
명확한 답은 없다. 다만 추측건대,
내면의 가장 깊은 자리로 닿고자 하는 움직임
아마 그것이 차를 마주하는 이유지 않을까.
차는 약리적으로 심신을 맑게 한다.
또한 향미와 기운에 집중하는 동안
자연스레 선(禪)의 상태에 들도록 만든다.
이 같은 맥락이 존재 의미를 구성하고,
나아가 정진(精進)이라는 방향성을 가리키는 듯하다.
여타의 만물과 마찬가지로 차에도 무수한 표정이 있다.
오늘은 은은하고, 내일은 깊고, 어떤 날은 말이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오늘의 차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그 얼굴을 찾아 조심스레 입 맞추는 것.
언젠가 그의 진실된 모습,
존재와 하나되는 순간을 무심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