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대한 기록을 넘어
차 한 잔의 흔적을 남기는 일은 내게 작은 기도와 같다.
누군가 보길 바라 남기는 것도, 기록하려 애쓰는 것 또한 아니다.
단지 한 자리를 온전히 열고, 머물고,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조용한 기쁨으로 가슴을 채울 뿐이다.
많은 차인들에게 행다(行茶)는 일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찻자리도 결코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다.
찻잎이 한 줌의 형태가 되기까지,
물 한 사발이 흐르는 빛이 되기까지,
도기 하나가 숨결을 품기까지
길러진 정성과 시간이 얼마나 깊은지 알기 때문이다.
차장(茶匠)의 손끝, 사기장(沙器匠)의 숨결,
먼 길을 돌아온 물의 여정까지.
그 모든 세월을 떠올리면
차를 내는 손길마저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일까.
차란 당연한 것이 아닌 ‘피어난 은혜’라 느낀다.
한 송이 꽃을 위한 무수한 손길을 기리며,
오늘도 이렇듯 차 앞에 있다는 사실이
말없이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