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결핍의 수준을 넘어서면 그 효용성이 급감하는 이유는 월등히 효율적인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유대감이다. 「행복의 기원」이 전하는 행복에 관한 두 번째 중요한 메시지를 들여다보자. 하나의 자극이 주는 행복감은 영원히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행복감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메시지로부터 행복에 관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유추해 볼 수가 있다. 소유가 결핍의 수준에서 벗어나면 행복의 측면에서 유대감이 소유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극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다. 자극은 소유와 유대감의 변화다. 소유가 늘거나 새로운 유대감을 쌓는 변화가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변화의 측면에서 소유는 매우 불리하다. 우리는 아주 쉽게 짧은 시간 안에 유대감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지만 소유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아는 사람과 만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 곧바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유대감의 변화를 직감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유의 변화는 매우 더디다. 월급이 들어오려면 한 달이 지나야 한다. 승진을 해서 월급이 오르는 자극은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된다. 개인이 더 많은 소유를 확대하려면 많은 시간을 고민해야 하고, 투자를 하고, 그리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듯 소유의 변화는 긴 시간이 요구된다. 소유의 변화를 아주 짧은 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는 하다. 바로 도박이다. 도박은 순간순간 소유의 변화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행복감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다. 원래 인간을 생존을 위해서 행복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도박은 행복을 추구하는 대안으로 추천할 만한 것이 아니다. 도박을 제외하면 소유는 자극의 측면에서 유대감에 비해서 매우 열등하다. 유대감은 일상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소유가 결핍으로 고통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도박이 아니라면 행복을 지배하는 것은 유대감이다. 이런 극강의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유는 결핍의 수준을 넘어서면 유대감이라는 존재에 밀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대감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 그러나 단순한 가정을 통해서 대체 가능한 지표를 찾을 수 있다. 단순한 가정은 이렇다.
(가정 I) 사회마다 유대감을 확보하는 능력의 분포가 다르지 않다
사회 안에 구성원은 대인관계 능력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가정 I처럼 대인관계 능력의 분포도는 사회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할 수 있다. 개인의 대인관계 능력은 태어날 때의 두뇌 구조와 성장 환경에 의해서 좌우되는 데 사람의 두뇌 구조가 태어나는 사회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관계 능력을 결정하는 환경은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해당한다. 유아나 청소년의 시기에 노동에 내몰리거나 과도한 사교육에 내몰리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와 비교해서 유대감 측면에서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능력 차이를 무시하기로 하자. 열악한 환경에서도 인간관계의 기회는 주어지고 선천적인 결정인자의 영향력을 고려해서다.
이 가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 가정을 통해서 대인관계 능력의 요소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감은 두 가지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 유대감을 쌓는 시간과 능력이다. 유대감을 쌓으려면 시간도 있어야 하고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 가정을 도입하면 적어도 사회에 대해서 유대감 확보는 여유 시간의 길이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 여유 시간을 많이 확보하면 유대감을 더 많이 쌓을 수 있고 사회의 행복감이 증가한다. 그런데 시간적 여유는 다음과 같이 최대 노동 시간(H)에서 노동 시간(h)을 제하면 얻을 수가 있다.
(식 I) 시간적 여유 ≈ H-h
가정 I과 식 I을 사용하면 유대감과 행복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려 볼 수 있다. 식 I에서 H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노동 시간이다. 인간은 종일 일을 할 수는 없다. 잠을 자야 하고, 식사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근무지로의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345⨉24)과 차이를 보인다. 그림에서는 최대 노동 시간으로 3600시간이 적용되었다. 인류가 최대한 노동을 보인 시간이다.
여유 시간과 행복의 그래프에서도 몇몇 국가들이 관계선에서 이탈했다. 2003년에 스리랑카(LKA)가 관계선에서 이탈했다. 2009년에 그 이탈이 심화되었다가 그 이후로 이탈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불가리아(BGR)는 2009년에 매우 강한 이탈을 보였지만 그 이후로는 이탈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는 2017년에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도와 불가리아는 소유관계선에서도 이탈했는데 이는 사회 불안정 때문이었다. 소유관계선에서 이탈했던 홍콩, 싱가포르는 여유 시간 관계선에서는 이탈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노동 시간으로 인해서 이탈했음을 드러낸다. 오랫동안 내전에 휩싸였던 스리랑카는 2009년 공식적으로 내란이 종결되었다. 그 영향으로 2009년 이후로 이탈이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마다 유대감을 확보하는 능력이 다르지 않다는 과감한 가정을 도입하였음에도, 그리고 여유 시간을 식 I로 단순화했음에도 관계선이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여유시간의 관점이 행복에 중요한 변수임을 드러낸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서구 유럽과 비교하여 여유 시간 확보 측면에서 상당한 열세에 놓여 있다. 사회가 행복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는 것은 사회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여유 시간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