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꽃이 피었다.
소리도 없이,
세상 어디에도 알리지 않고
아주 조용히 말이다.
빛은 그 위에 내려앉았고
바람은 그 곁을 머물렀다.
모든 것이
마치 축복처럼 보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꽃이 피는 순간,
이미 지는 준비를 한다는 걸.
가장 화려한 때가
가장 짧은 순간이라는 걸.
나는 너를 보며 웃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네가 너무 예뻐서
곧 사라질까 봐.
너를 닮은 그 모든 것들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나는 무색하게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너는 피었고
나는 그 앞에서 숨을 멈췄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 일,
그것이 내겐 전부였다.
그리고 문득,
나도 피고 싶었다.
설령 그 끝이
지는 것이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