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화

by 빛나는 사춘기

한 송이 꽃이 피었다.

소리도 없이,

세상 어디에도 알리지 않고

아주 조용히 말이다.


빛은 그 위에 내려앉았고

바람은 그 곁을 머물렀다.

모든 것이

마치 축복처럼 보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꽃이 피는 순간,

이미 지는 준비를 한다는 걸.

가장 화려한 때가

가장 짧은 순간이라는 걸.


나는 너를 보며 웃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네가 너무 예뻐서

곧 사라질까 봐.

너를 닮은 그 모든 것들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나는 무색하게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너는 피었고

나는 그 앞에서 숨을 멈췄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 일,

그것이 내겐 전부였다.


그리고 문득,

나도 피고 싶었다.

설령 그 끝이

지는 것이더라도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무도 듣지 못한 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