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울 수 있을까,
비에 젖은 흙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만큼 아팠을 때.
작은 몸이 꿈틀거리는 건
사실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소리 없는 울음,
그건 얼마나 오래 아팠을까.
나는 오늘
물컵을 조용히 들어
입술에 살짝 댔다.
그저 목이 말랐을 뿐이라는 듯.
천천히 삼킨 물이
가슴 어딘가에 닿을 때,
잠깐 멈칫했지만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말했다.
운다는 건
상처를 견디고 있다는 증거라고.
그 말이 맞다면,
나는 참 잘 지내고 있다.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물맛조차 기억나지 않는 하루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