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15B 좌석과 20센트의 환영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북마케도니아와 코소보에서의 5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날 몰타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출발 시간은 오후 5시 10분. 오전 시간은 비교적 여유로워, 미처 가보지 못한 박물관이나 쇼핑몰을 들러보기로 마음먹었다.


근처에 대형 쇼핑몰이 있다는 정보를 보고, 아침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호텔을 나섰다. 중년의 호텔 리셉션 직원은 체크아웃인지 아닌지 물어보지도 않고 “굿모닝”이라며 인사를 건넸고, 나도 어색하게 “굿모닝”으로 응수했다. 체크아웃을 한다고 하니, “땡큐, 굿바이”라는 무심한 인사로 짧은 응대가 끝났다.


사실, 호텔이 마음에 들었다면 체크아웃 시간까지 여유롭게 머물고 싶었겠지만, 가격에 비해 시설이 너무 부실해서 일찍 나설 수밖에 없었다.

12월의 겨울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아침 기온은 꽤 쌀쌀했다. 단추와 지퍼를 모두 채우고 숙소 근처의 ‘Ramstore 쇼핑몰’로 향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Diamond 쇼핑몰’도 있어, 늦은 비행시간까지 두 곳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외관상으로는 꽤 크고 세련돼 보였고, 내부 시설도 현대적이어서 기대했지만, 막상 안을 둘러보니 ‘하이엔드’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었고, 대부분 중저가 상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바로 옆의 다이아몬드 쇼핑몰은 규모도 더 크고 입점 브랜드도 다양했지만, 내용물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쇼핑은 포기하고, 최근 고장 난 핸드폰 충전선 하나만 겨우 구매했다.


시내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 ‘스코페 시티 박물관’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지만, 관람객이 거의 없어 조용하고 조명이 어두웠으며, 안내 직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도 남고, 뭐라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전시 공간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은 옛날 사진 위주의 전시였으며, 그중에서도 과거 스코페 중앙역에서 사용되던 커다란 구식 아날로그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박물관 건너편에 자리한 마더 테레사 기념관도 들렀다. 작은 3층 건물로, 1층은 기념품 매장이고 실제 전시 공간은 2층뿐이었다. 3층은 현재 교회로 사용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2층이 전부였다. 전시물은 20평 남짓한 공간에 사진 자료 몇 점과 마더 테레사의 인형, 유품 등이 소박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부모 사진,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얼굴, 봉사활동 중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묘한 감정이 일었다. 런던이나 파리의 박물관에서 보았던 수많은 유물과 예술 작품보다, 이 작은 사진 한 장이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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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시티센터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행 버스를 기다렸다. 마침 한 버스가 도착하길래 기사에게 공항으로 가는지 물었지만, 그는 아무 대답 없이 시계만 확인하더니 그대로 정류장을 떠나버렸다.

차가운 날씨 탓에 맞은편 호텔 로비에서 잠시 몸을 녹이며 기다리던 중, 약 20분쯤 지나 다른 버스가 도착했다. 이번 기사에게 물으니 공항으로 간다며 탑승을 허락했고, 승객이 어느 정도 모이자 30여 분 거리에 위치한 공항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스코페는 공항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저렴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 확인하니, Wizz Air 항공편은 도착과 마찬가지로 돌아가는 편도 50분 연착이었다. 오는 길에도 연착, 돌아가는 길에도 연착이라니. 항공사의 사정이야 이해하지만, 이렇게 매번 지연될 거라면 애초에 여유 있게 스케줄을 잡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고객의 시간도 소중하지 않습니까?”

피곤한 여행을 한시라도 빨리 마감하고 그리운 나의 안식처 몰타의 집으로 향하는 천금 같은 시간을 공항에서 때워야 할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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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3번 게이트에서 탑승 수속이 시작됐고, 줄을 따라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앞을 보니, 승객들이 입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는 상태였다. 지친 몸에 무거운 짐까지,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짜증이 밀려왔다.

겨울이라 두툼한 옷가지들과 짐들을 넣다 보니 배낭은 거의 10킬로그램에 가까웠고, 오랫동안 메고 있자니 어깨가 저려왔다. 직원들끼리 손발이 맞지 않아 탑승이 지연된다는 사실이 더욱 피곤하게 느껴졌다.

한참 뒤에야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고, 15B 좌석을 찾아가니 양옆에 중년 남녀가 앉아 있었다.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바닥에는 20센트짜리 동전이 굴러다니고 이전 승객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짧은 비행이라 참고 넘어가기로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청소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긴 여행의 끝자락, 다시 몰타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비록 소소한 불편함은 있었지만, 이번 여행 역시 나에게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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