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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몰타에서 외국인으로, 낯선 시선 속에서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한국에서 외국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다.


길에서 마주친 외국인이나, 공사장에서 일하는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을 스쳐 본 것이 전부였다. 여행이 아닌 삶의 목적으로 외국에 나와 본 건 이번이 처음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깊게 마주칠 기회도 없었다. 게다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두려워 대면 자체를 피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런 내가, 몰타에서 외국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마치 한국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처럼, 완전히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이 작은 섬나라 몰타. 한국에서 정말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동양인을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 대학 주변을 벗어나면, 동양인을 만날 확률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오늘은 집을 알아보기 위해 평소보다 멀리 나갔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었다. 학교를 벗어나 혼자 외출하는 건 오랜만이라 조금 긴장도 됐고, 혹시나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이곳 몰타가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곳이고, 차별이 적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장난 섞인 말이나 눈빛 하나에도 위축될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수영장 장기 회원권을 끊고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괜히 주위를 의식하게 되더라. 걱정이 앞서 안내 데스크에 가서 “여기서 인종차별이 있었던 적이 있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랭귀지 선생님에게도 이 질문을 했었는데, 그 역시 몰타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사이에 위치해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만큼 차별은 거의 없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세상 어디든, 장난이든 진심이든 차별적인 발언은 나올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길거리든, 수영장이든, 늘 조금은 조심하며 지내고 있었다.


며칠 전엔 콜롬비아 친구가 자기 집 위치를 알려줘 찾아갔는데, 갈 때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잘못 탔다. 원래 돌아오는 길은 금방인데, 그 버스는 외곽을 빙빙 돌기만 했다. 다행히 급한 일정은 없어 괜찮았지만,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자 기사가 “모두 하차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혼자 낯선 곳에 내려서 멍하니 서 있는데, 갑자기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해풍이 시원하게 불어오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알 수 없는 쓸쓸함으로 가득 찼다. 다행히 전에 한 번 와본 장소라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지만, 이런 순간에야말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내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버리는 걸 느꼈다.


이런 일이 하나둘 쌓일수록,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더 선명히 느낀다. 그것이 외롭기도 하고, 때론 씁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정말 ‘다른 세계’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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