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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제 출발이다.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외국에 나가려는 나의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었고, 결국 회사의 허가를 받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나는 1년이라는 시간을 허락받아 유럽의 작은 섬, 몰타에서 지내기로 했다. 영어 공부는 물론, 유럽의 삶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몰타에 도착한 후 처음 2개월은 어학원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지만, 진정한 영어 공부는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해야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나머지 10개월은 직접 집을 구해 지내기로 계획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지만, 영어 실력이 초급 수준인 내가 현지인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스트레스와 난관이 많았다.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으로, 제주도의 약 1/6 크기이지만 유럽인들의 인기 있는 휴양지로, 지역마다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가진 매력적인 곳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몰타로 가는 직항이 없어 로마와 나폴리를 경유하기로 했고, 이왕 가는 김에 로마와 나폴리 관광도 계획에 넣었다.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출발일이 다가오자, 나의 첫 유럽 자유여행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몰타에서 1년간 지내야 할 짐과 더불어 이탈리아 여행 짐까지 챙기다 보니, 현지에서 이동할 때마다 짐은 무겁고 이동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생각에 설레었고, 출발 전까지는 힘든 줄도 몰랐다.


로마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방법, 교통수단 이용법, 숙소 예약까지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출발일만 손꼽아 기다렸다. 예전에도 유럽에 가본 적은 있지만, 홈쇼핑 패키지로 간 동유럽 여행이 전부였다. 돌아보면 어떻게 그런 용기로 혼자 로마와 나폴리 여행까지 추가했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아무리 정보를 수집해도, 오래된 도시 로마와 나폴리를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기에, 어려운 부분은 직접 부딪히기로 마음먹었다.


유럽으로 출발하는 전날 밤이 되어서야 ‘정말 유럽으로 떠나는구나’라는 실감이 났고,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려 하니 ‘1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타지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모두 정리한 상태였고,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창밖으로 한국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별을 실감했다.

15시간의 장거리 비행은 오히려 순식간에 지나갔다. 직장을 떠나 아무런 책임감 없이 자유롭게 쉴 수 있다는 해방감에 푹 잠이 든 듯했다.


국적 항공사 승무원이 로마 피우미치노공항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멘트가 흘러나왔고, 이제 곧 내가 바랬던 유럽의 생활을 하게 될 첫 번째인 목적지인 로마에 내가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공항에서 로마 시내까지 한 시간 거리를 버스나 기차을 타고 가야 하는데 사전 조사로 보니 기차가 빠르다고 해서 공항 입국 검사를 마치자마자 공항 천정에 붙어 있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 기차역을 찾아 로마공항 곳곳을 굽이굽이 돌기도 하고 가끔 이정표가 보이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들도 기차를 타러 가겠지!” 하는 마음에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니 로마 테르니미역을 갈 수 있는 공항 기차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공항 기차역에서 테르미니역행 티켓을 끊기 위해 앞사람이 티켓을 끊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어떻게 기차표를 끊는지 사전에 눈에 읽히고 내 차례가 되어 기차표 결재를 하였으나, 기차표가 결재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처럼 카드를 넣는 넣는 방식이 아니고 카드를 결제 패드에 터치하는 방식이었는데 내가 그것을 잠시 놓친 탓에 결재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2차 시도를 하기로 마음먹고 카드를 결제 패트에 터치를 하였음에 반응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잠시 뒤에 발견한 카드 투입구에 카드를 넣으니 기차표가 나왔고 티켓머신 배출구에서 기차표를 꺼내어 보니 두 장이나 출력되어 나온 것이었다.

아마도 처음에 결재한 한 것이 승인이 되었는데 긴장한 탓에 그것을 모르고 한번 더 결재한 것 같았다.

테르미니역까지 기차표 값이 15유로(한화 22,500원) 작지 않은 금액이라 바로 환불을 받으려고 하였으나, 공항역에는 매표창구가 보이지 않아서 일단 기차를 타고 기차표 검사를 자주 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어서 출발한 기차 안에서 만난 검표원에게 설명을 하고 환불을 요청하였으나, 자신은 환불을 할 수 없으며 도착지 테르미니역에서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여 그의 안내에 따라 테르미니역 환불창구에 가서 환불을 요청하였으나 결국 환불받지 못했다.


이렇게 간단한 환불을 왜 환불을 못해 주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내가 외국인이고 서로 대화가 잘 되지 않는 점은 이해하겠지만 나는 혼자이고 잘못해서 2장을 결재했다고 말했음에도 테르미니역 환불창구에서는 내가 혼자인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환불을 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고, 첫날부터 돈을 날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졌다.

불쾌한 기분은 감출 수 없지만 되돌려 줄 수 없다는 공식설명을 듣고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늦은 밤 9시가 넘어서 테르미니역을 나와 근처에 예약을 해 둔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20킬로가 넘는 캐리어에 10킬로의 백팩까지 아무리 숙소가 가깝지만 그것도 이곳 로마지리도 모르는데 혼자서 그곳을 찾아 가려하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역에서 숙소까지의 거리가 채 10여 분 거리라 택시를 타야 하는 것도 걱정이 되었다.

방금 전에도 기차표 문제로 시비가 있었는데 가까운 거리를 택시를 이용했다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예상이 되어 그냥 잠시 역 안에서 쉬었다가 걸어서 숙소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무거운 짐 탓에 힘들게 호텔에 도착하였고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탓에 시차도 맞출 겸 로마의 첫날밤은 호텔에서 쉬기로 마음먹었다.


이튿날은 한국인이 안내하는 일일투어에도 참여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자유여행을 섞어서 로마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여러 인종이 살고 있는 로마를 함부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닐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전 반나절 투어를 마치면 오후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을 재방문하거나 중간중간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다녀 보기도 하면서 로마여행을 마치고 다음은 나폴리 여행코스로 길을 잡았다.


하지만 로마 공항에서 기차표 두 장을 구입한 실수도 있었는데 이방인인 나로서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음에도 그런 실수는 결국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나폴리로 가는 기차가 오후로 예약되어 있어서 다시 못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짧은 시간이나마 로마시내를 한 번 더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나폴리행 기차표는 국내에서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고, 정신없이 로마시내 관광을 하다가 기차 시간을 놓쳐버린 일이 생겼다.


솔직히 놓쳤다기보다 13시 출발기차 시간을 15시로 착각하고 여유 있게 놀다가 출발 때가 다 되어서야 내가 시간을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결국 15시 이후의 나폴리로 출발하는 기차표를 끊어서 기차를 타다 보니 나폴리역 도착 시간이 오후 6시 유럽의 겨울 해는 이미 져서 깜깜할 때 나폴리에 도착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숙소에서 1박 하는 것으로 끝이 나버렸다.


나의 막가파 정신이 나은 허무한 결과였다.

이튿날은 몰타로 가야 할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어 아침에 일어나 숙소 주위를 가볍게 산책하는 것으로 나폴리 관광을 마감하기로 하고 숙소 주위를 산책하기로 마음먹었다.

구글 지도를 검색하여 현재 나의 위치를 확인해 보니 근처에 시장과 지중해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해안이 멀지 않아 검색한 곳까지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멀리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지중해 바다를 보고 돌아오던 중 아침을 간단히 때울 생각에 길가 옆에 작은 카페가 보여 간단히 아침을 때울 겸 1.4유로의 커피와 크루아상을 주문하였다.

내가 낯 선 이곳의 물가를 모르던 터이고 가게 앞 광고판에 커피에 크루아상이 1.4유로라는 가격은 착하다 못해 너무 저렴해서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다.

커피와 빵의 맛은 가격대비 나쁘지 않아 만족을 하였고 커피값을 주기 위해 계산대로 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굳이 내가 계산대에 가지 않았어야 했는데 유럽의 문화를 모르는 이방인이 몸에 배어 버린 특유의 습관으로 카페 직원에게 직접 5유로 지폐를 주고 잔돈을 받았으나, 잔돈을 받은 순간 먹었던 빵과 커피가 넘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거슬러 받아야 할 돈은 3.6유로였어야 했는데 내 손에 쥐어진 돈은 단지 3.1유로만 돌아온 것이다. 겨우 0.5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700원 정도를 덜 준 것이다.


순간 멍한 생각이 들었고, 정말 직원이 실수로 덜 준 것인지 아니면 동양인인 내가 이곳 나폴리에서 돈 계산을 모를 것 같아서 돈을 빼먹으려고 그런 것인지는 워낙 적은 금액이라 “그냥 참고 넘어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타지에서 “내가 장난감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졌다.


순간 나도 모르게 “잔돈이 틀리다.”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가게 점원에게 인상을 쓰고 말하니 바로 직원이 “잘못했다.”라고 말하며 0.5유로를 바로 거슬러 주는 것이 아닌가?

잔돈을 받아 들고 돌아오면서 그 직원이 0.5유로를 알고도 덜 준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대로 말도 못 하는 낯선 동양인이 인상을 쓰고 말하니 보지도 않고 잔돈을 돌려주는 것으로 보아서 의도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돈은 돌려받고 돌아오는 길이었으나, 나를 대상으로 장난을 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곳 유럽에서의 생활이 녹녹지 않을 것 같은 예감도 들고, 동양인을 나를 만만히 보고 그런 대우를 해줬다는 것이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만 것이다.

마음에 상처가 났지만 이제 정말 최종 목적지 몰타로 가야 했기에 숙소로 돌아와 풀었던 짐을 다시 싸고 13:30 몰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나폴리 공항으로 향했다.


나폴리 공항에 도착해 보니 공항은 외부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작은 지방공항처럼 보였으나, 내부를 들어가서 보니 유럽의 여러 나라와 도시를 취항하는 항공편이 많은지 출도착 항공편이 모니터에 꽉 차 있었다.

체크인을 위해 내가 예약한 라이언에어 항공사 부스 여직원에게 다가가자, 여직원은 접수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빤히 나를 쳐다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나에게 어디를 가는지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나는 몰타를 가려고 한다.”라고 말하고 예약 내역을 보여주니 그제야 내 짐을 반입해 주고 티켓을 내게 주었다.


하지만 몰타로 향하는 내 첫걸음은 그것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공항 체크인을 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리기 위해 대기 장소에 가던 중 “공항에 많은 유럽인들이 나를 힐끗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곳 공항에 처음 오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것인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정말 이곳 공항에 대기 중인 많은 사람들이 힐끗힐끗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정말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내가 외국인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역전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아마도 이탈리아 수도공항이 아닌 지방공항에서 동양인을 보는 일이 드문 일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동양인은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와서 그것도 혼자서 모든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갑자기 겁이 덜컥 나기도 하고 꿋꿋하게 버텨왔던 용기가 땅바닥에 내려앉아 온 몸에 힘이 빠져 버린 것 같았다.


멀리서 나의 이런 허무한 순간을 표정을 지켜보던 한 안전요원이 나를 부른다.

“급 걱정이 몰려온다 왜 부르지?”, “부를 거면 지가 오던가?” 동양인으로 혼자인 나는 끌려가듯 안전요원이 부르던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안전요원은 “어디를 가느냐?”라고 내게 묻는다.

우리나라 제주공항도 외국인을 부르는 일은 없는데 “이 놈들은 왜 부르는지? 참...” 하여간 속으로 겁을 덜컥 먹은 상태에서 그에게 대답을 해야만 했다.

안전요원에게 “나는 몰타대학에 공부하러 간다.”라고 대답했다.

이제 막 영어 공부를 하러 가는 나에게 영어로 대답하는 것 자체도 정말 힘든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전요원은 또다시 내게 질문을 한다.

그 안전요원이 “현금을 얼마나 갇고 있느냐?”라고 내게 묻는다.

‘참 무례한 놈들이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대방에게 돈이 얼마 있는지 묻지도 않는데 대 놓고 내게 질문을 한다.

나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한국 돈으로 얼마라고 하면 바로 말하겠지만 이 놈들이 한국 돈 가치를 모르니 현지의 유로화로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한참을 통밥을 굴려야만 했다.

짧은 순간에 아무리 생각해도 현금 단위를 한국 원으로 밖에 생각이 나지 않다가 잠시 더 생각한 뒤에 우리나라 돈으로 “1백만 원은 얼마일가!” 생각한 끝에 “700유로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니 의심이 풀린 듯 나를 가도록 놔 주었다.


후에 알았지만 유럽권역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이 많아서 수시로 수상한 사람들을 체크하고 있고, 자주 질문하는 것 중에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묻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래저래 신경이 곤두 선 상태에서 몰타로 향하는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줄곧 내 비행 출발 상황이 자꾸만 뒤로 밀렸다.

내가 예약한 항공사는 말로만 듣던 악평이 많은 유럽의 라이언 항공사였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서비스가 최악이라는 사실만 조금 알 뿐 사전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태워 주는 대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1시간 여가 지연된 끝에 라이언 항공기가 계류장에 들어왔고, 생각해 보니 이 먼 곳까지 와서 라이언 비행기를 내가 타다니 참 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집에서 15시간 거리의 나폴리공항까지 와서 세상 처음 보는 항공사 비행기도 타보니 말이다.


이곳 나폴리 공항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승객이 활주로로 직접 걸어 들어가서 비행기에 오른다. 파일럿은 안내 방송을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사용하여 방송을 하였지만, 승무원들은 이탈리아어만 사용하는 듯하였고 30여 분 짧은 비행 끝에 드디어 나의 목적지인 몰타에 비행기가 곧 착륙을 하려는 듯하였다.


라이언에어가 저가 항공사라 기내에서는 물 한 잔조차 주질 않았지만 착륙 시 파일럿이 숙련된 조종사였는지 아무런 충격이 없이 사뿐하게 착륙을 하니 기내 손님들 여러 명이 단체로 박수가 터져 나왔고 환성을 질러댔다.

비행기의 부드러운 착륙에 나 조차도 감탄이 나올 정도여서 덩달아 박수를 치고 싶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공항 터미널로 향하여 가던 중 내가 정말 먼 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다시 돌아가는 일도 정말 막막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 로마 직항으로 13시간, 그리고 몰타로 가기 위해 환승까지 만만한 시간이 아니었다.

1년 살이를 위해 몰타까지 떠나 왔지만 “중간에 한두 번 바람 쐬러 들어가야지!”라는 생각도 했지만 정말 돌아갈 용기가 나질 않는다.

한국까지 돌아가기에는 시간이나 거리상으로 너무 멀고 만약 기회가 되어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몰타로 돌아올 용기가 나질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잠깐 생각을 하는 사이에 몰타공항 터미널에 도착하여 잔뜩 긴장을 하고 입국 준비를 하였으나, 국내에서처럼 입국신고서를 주지 않아 그냥 출구 방향으로 계속 진도를 나갔다.

자동문이 열리자 바로 입국장이라서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기까지 했고, 상황을 점검하니 너무 빨리 나와서 내 캐리어까지 찾지 않고 나왔을 정도였다.

작은 공항이라 입국장에서 몇 발자국 뒤로 돌아가니 가방을 찾아 나올 정도로 공항은 작고 입국절차는 싱겁게 끝나 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탈리아 나폴리와 몰타는 유럽연합에 속하는 공항으로 내국인 대우를 하는 바람에 입국심사가 없었던 것이었다.


나의 몰타로 가는 여정에 로마와 나폴리 여행은 시행착오도 겪었고, 중간중간 언어 소통으로 인한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실로 오래 오래간만에 혼자 여행을 한 탓에 몰타에 가면 한동안 여행은 나오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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