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올림 피라미드와 차원의 경계

by 머리카락속의 바람

자리올림 피라미드와 차원의 경계

수에서 공간을 보다

우리는 종종 단순한 숫자들 속에서 뜻밖의 질서를 발견한다. 그것은 마치, 한 조각의 타일이 우연히 반복되며 벽 전체를 장식하는 것처럼, 단조로운 형태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다. 이 글은 그 중 하나인, 자리올림 피라미드라는 독특한 수학적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고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복잡한 정리나 엄격한 증명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이 수학자들의 눈에는 허술하거나 비논리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반박을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 속에서 무언가를 느꼈고, 그것을 따라가 보고 싶었다.


그건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11의 제곱은 121, 1331, 14641로 이어진다. 이 숫자들은 파스칼의 삼각형과 흡사한 대칭 구조를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자리올림이 발생하는 흐름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구조는 11과 같은 두 자리 수에서 시작해, 111과 같은 세 자리 수까지는 유지된다. 그러나 1111부터는 그 질서가 무너진다. 대칭이 깨지고, 자리올림의 흐름은 수의 패턴을 산산이 흩뜨린다.


이 이상한 붕괴는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왜 구조는 3자리까지만 유지될까? 왜 4자리부터는 이 아름다운 피라미드가 무너지는가? 그리고 이 무너짐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차원’의 경계와 닮아 있는 것은 아닐까?


1. 자리올림 피라미드란 무엇인가


자리올림 피라미드는 특정 수의 제곱 혹은 거듭제곱에서, 그 수의 내부 자리와 이항계수 구조가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대칭성과 계단식 숫자 구조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11^0 = 1, 11^1 = 11, 11^2 = 121, 11^3 = 1331, 11^4 = 14641


이것은 파스칼의 삼각형의 앞 행들과 거의 일치하며, 자리올림이 일어나지 않거나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구조이다.


하지만 11^5부터는 자리올림으로 인해 수의 형태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111, 1111과 같이 자릿수가 늘어날수록 이 현상은 심화된다. 정돈된 구조는 사라지고, 숫자는 대칭성을 잃는다.


2. 구조가 무너지는 경계: 3에서 4로


우리는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11(2자리)과 111(3자리)은 자리올림 피라미드를 형성하지만, 1111(4자리)부터는 불가능하다. 이는 마치 공간이 3차원까지는 균형 있게 펼쳐지다가, 4차원이 되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과 함께 무너지는 것과 닮아 있다.


물리학에서 4차원은 시간까지 포함된 시공간이다. 인간의 직관은 3차원까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으며, 4차원부터는 수학적 모델 없이 체감이 불가능하다. 자리올림 피라미드도 마찬가지다. 3자리 수까지만 내부 구조만으로 조화를 이루지만, 그 이상이 되면 무언가 더가 필요하다. 외부적 요소, 새로운 규칙, 또는 숨겨진 작용이 없이는 그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3. 외부 요인의 가능성: 무너진 대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수학에서 구조가 붕괴된다는 것은 단지 수의 배열이 어그러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구조를 구성하던 내적인 규칙만으로는 더 이상 질서를 설명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자리올림 피라미드에서 4자리 이상의 수가 구조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규칙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다. 만약 어떤 외부 요인을 도입한다면, 이 구조는 다시 세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외부 요인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또는 수학적으로는 '보정 항', '비선형 함수', 혹은 '정보 흐름'일 수도 있다. 자리올림이란 본래 수의 위치 기반 연산이므로, 그것이 일어나는 맥락이나 속도, 또는 우선순위가 개입된다면 구조를 달리 구성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즉, 자리올림 피라미드의 4차 구조는 본질적으로 더 많은 규칙이나 계층 구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더 높은 차원에서만 보이는 질서일 수 있고, 우리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논리 너머의 논리일 수 있다.


4. 수의 차원에서 공간의 차원으로


우리는 11, 111, 1111 같은 수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공간을 구성하는 벡터처럼 해석할 수 있다.


1자리 수는 한 점


2자리 수는 직선


3자리 수는 평면상의 형태


그리고 4자리 수는 마치 입체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는 패턴이 무너지는 걸 보게 된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4차원의 공간을 상상하려고 할 때 겪는 심리적 혼란과 닮아 있다. 좌표를 덧붙여도, 공식을 써도, 우리의 직관은 따라오지 못한다.


자리올림 피라미드가 3자리까지는 아름다운 대칭을 유지하면서도, 4자리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건 단순히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 놓치고 있는 어떤 원리가 존재한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5. 다른 세계의 수들 — p진법에서 본 자리올림의 법칙


지금까지 우리가 다룬 자리올림 피라미드는 10진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은 단 하나의 진법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리올림의 규칙 또한 바뀐다.


그렇다면 다른 진법, 예를 들어 2진법(binary)이나 16진법(hex)에서는 자리올림 피라미드가 어떻게 작동할까? 더 나아가, 우리는 이를 p진법, 즉 임의의 양의 정수 p를 기수로 갖는 체계로 일반화해볼 수 있다.


10진법에서는 11^2 = 121, 11^3 = 1331 이러한 대칭성을 띠며 자리올림이 조화롭게 작용한다.


그러나 2진법으로 바꾸면 11 = 1011₂, 11^2 = 121 = 1111001₂ 이 때 자리올림은 2를 기준으로 발생하며, 각 자리는 mod 2로 계산되고 자리올림은 ⌊x / 2⌋로 결정된다.


흥미롭게도, 파스칼의 삼각형을 2진법에서 보면 각 항은 오직 0 또는 1이 된다. 이때의 대칭 구조는 이항계수의 홀/짝 판별로 이어지며, 자연스러운 Sierpinski 삼각형 패턴을 형성한다.


즉, 진법을 바꾸면 자리올림이 만드는 기하 구조의 형태도 달라진다. 10진법에서는 피라미드, 2진법에서는 프랙탈 구조.


어쩌면 우리가 보는 수의 질서는, 진짜 우주의 본질인가, 아니면 선택된 체계 안의 환영인가? p진법은 하나의 수를 다양한 우주 속 존재로 바꾼다. 그리고 자리올림은 그 세계의 물리 법칙처럼 작용한다. 그 속에서 피라미드가 유지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며, 어쩌면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차원의 규칙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결론: 자리올림 피라미드라는 작은 우주


이 작은 구조는 수학의 구석에 숨어 있다. 누구도 그것을 ‘이론’이라 부르지 않았고, 교과서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들여다보며 마치 작은 우주를 해석하듯이 사유할 수 있다.


자리올림 피라미드는 우리에게 묻는다. 질서는 언제까지 유지되는가? 복잡성은 언제부터 붕괴로 바뀌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무너짐의 순간에도 질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새로운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가?


이것은 단지 수학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숫자 안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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