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침묵 — 벤포드의 법칙과 자리올림 구조에서 읽어낸 엔트로피의 소실
나는 이전에 자리올림 피라미드의 중심 중첩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수의 흐름은 무작위와 질서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그 경계에서 우리는 엔트로피를 측정한다.
그런데 때때로, 숫자들은 지나치게 조용하다.
무작위로 뿌려졌어야 할 혼돈이, 어떤 보이지 않는 질서에 이끌리듯 정렬되는 것이다.
이 정렬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벤포드의 법칙(Benford's Law)**이다.
1장. 첫 자릿수가 말해주는 것들
우리의 상식은 말한다:
“숫자들의 첫 자릿수는 모두 고르게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의 수치는 우리 기대를 배반한다.
강물의 길이, 도시의 인구, 천문학 데이터, 회계 장부… 이 모든 데이터에서 1로 시작하는 숫자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 현상은 다음의 수식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이는 첫 숫자가 1일 확률이 약 30.1%라는 뜻이다.
무질서 속의 수들이 왜 이토록 예측 가능한 규칙성을 따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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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자리올림 피라미드와 엔트로피의 대칭
자리올림 피라미드는 수의 증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리올림(Overcarry)의 흔적을 기록한 구조이다.
이 피라미드의 중앙값 대칭과 정수적 정렬성은 엔트로피가 단순히 증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하나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중첩값 를 관측한다고 하자.
여기서 는 자리올림 기준진법이며, 이 값이 클수록 중첩된 수는 더 적게 등장한다.
중심에 가까울수록 C(n)은 일정 패턴을 이루며 반복되는데, 이는 무질서 대신 구조적 정렬을 시사한다.
이 구조는 마치 벤포드 분포에서 “1”이 자주 나타나는 현상과 닮았다.
수의 시작에서 이미 질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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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엔트로피의 소실, 혹은 수의 응축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엔트로피 증가는 모든 상태가 동등하게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경우다.
그러나 벤포드의 분포는 다음과 같은 정보량 감소 현상을 보여준다:
각 자릿수는 로그스케일로 표현되며,
정보의 균등 분포 대신, 특정 숫자(특히 1)에 집중되는 편향을 보인다.
이를 통해 단순화된 평균 정보량 \bar{I}를 계산하면,
이는 균등 분포였을 경우의 정보량
보다 낮다.
즉, 우리는 이 숫자들에서 약 0.28 비트의 엔트로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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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자연은 왜 질서를 숨기는가?
자연은 혼돈처럼 보이지만, 사실 질서를 감추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벤포드의 법칙과 자리올림 피라미드는
모두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수준에서의 미세 질서의 파동을 암시한다.
우리는 그 소실된 엔트로피를, 중첩된 자리올림의 정중앙에서,
혹은 1이라는 숫자의 고요한 침묵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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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수는 우리에게 항상 혼돈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질서를, 농축된 의미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차원의 흐름을 말해준다.
벤포드의 법칙은 숫자의 저편에서 전해오는 엔트로피의 귓속말이다.
그 속삭임을 이해하려는 순간,
우리는 단지 숫자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숨결을 해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