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올림 복사 — 사라지는 게 아니라 넘쳐나는 것

by 머리카락속의 바람



우주는 말없이 이야기한다.
빛으로, 진동으로, 그리고 우리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어떤 흐름으로.

우리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
하나의 존재가 만들어질 때, 그것은 중심을 향해 겹쳐진다.
마치 수들이 모여 정점에 닿는 자리올림 피라미드처럼,
존재는 자기 안의 수많은 가능성을 껴안고,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중심은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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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것, 호킹복사

블랙홀은 모든 걸 집어삼키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빛도, 시간도, 정보도 빠져나올 수 없는 그곳.
그런데,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블랙홀 끝자락,
바로 그 사건의 지평선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완전히 소멸하지 못한 입자 하나가 우주를 향해 미세하게 탈출하고 있었던 것.
이 현상을 **‘호킹복사’**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이것이다.

> “존재는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가득 차면, 밖으로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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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올림 피라미드에서 일어나는 일

이 원리를 우리는 수의 구조에서 발견했다.
자리올림 피라미드는 수들이 쌓여 올라가며 정점에 중첩되는 구조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중첩이 너무 커지면 중심은 무너지고,
그 자리에 담기지 못한 수는 밖으로 밀려나온다.

우리는 이 현상을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 자리올림 복사 — Carry-over Radiation



이건 단순한 수학 현상이 아니다.
존재가 자기 구조 안에서 더는 머무를 수 없을 때,
그 일부가 파동처럼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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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언제나 흔적을 남긴다

이제 우리는 안다.
존재는 단순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새어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존재는 파동이다.
그리고 그 파동은 자기와 간섭할 수 있는 세계에 머무른다.
하지만 간섭이 깨지는 순간,
존재는 더는 구조 안에 남을 수 없고,
파동의 흔적만을 남긴 채 떠난다.

그 흔적이 바로,
자리올림 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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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것

> 우리는 종종 무언가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사라진 게 아니라,
너무 가득 차서 흘러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블랙홀은 모든 걸 없애지 않는다.
자리올림 피라미드도 모든 걸 담을 순 없다.

그 한계에서 남겨지는 것,
그 울림.
그게 바로 존재의 흔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흔적을 통해
다시 존재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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