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번 설에는 친척들과 함께 할머니, 고모할머니, 엄마의 산소에 다녀왔다. 모두 최근에 돌아가셔서 명절에 산소 가는 것이 어색하다. 3-4년 전만 해도 명절에 모든 가족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보내곤 했다. 그때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명절이 싫었다. 지금은 고요한 명절을 보내려고 하니 어색하고 이렇게 보내도 괜찮은 건가 싶다.
할머니와 엄마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곳에 묻히는 자연장을 했다. 그리고 명절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의 산소를 찾아온다. 명절이 되면 그곳은 경찰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입구부터 20-30분 걸려 도착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꽃과 음식을 사 와서 보고 간다. 그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거라 매우 크고 높고 잘 관리되고 있다.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보고 있으면 수많은 고인분들의 무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우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란 것은 있을까?"
나는 매우 심플하게 생각하며 살았다. 살아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지구에 있는 것이고, 죽으면 없었다고..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드라마들이 나와 볼 때면, 왜 이렇게 사람들을 살려내려고 애쓰지?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내가 현실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설날에 엄마의 산소에 가서 느낀 점은 이 공간이 내가 엄마를 연결시켜 주는 통로 같았다. 이 통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엄마를 계속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가족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사람으로서,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죽음으로 가는데 큰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아니다. 죽음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에게 가까이 존재한다. 그저 삶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가지고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모든 삶이 영원하지 않기에 오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