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요즘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집에 크리스마스트리를 해놓는 집들이 많습니다 .
겨울밤, 그 길고 추운 밤에 거리에서 환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리의 마음을 녹여줍니다 . 우리 집도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 엉성하지만 문방구에서 전구와 장식을 가져와 트리를 꾸미곤 했습니다.
이번에 국립수목원의 이소영씨가 펴낸 ‘식물의 책 ’에서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에 관한 글에 한국토종의 ‘구상나무’ 가 트리에 적합하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크리스마스트리는 1,000년 전 북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주로 잎이 가는 전나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 처음에는 집안에 나무를 거꾸로 매달았는데 점차 나무에 양초, 종, 종이 등 색깔 있는 장식을 매달게 되어 거꾸로 매달지 못했을 겁니다.
트리용 나무는 푸른 나무여야 하고, 잎이 가늘어야 해서 ‘fir’ 전나무속, ‘pine’ 소나무속, ‘spruce’ 가문비나무속, ‘cypress, cedar’ 삼나무속 등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전나무속에 ‘노르웨이 퍼’와 ‘코리안 퍼 ’가 있는데, 이 코리안 퍼가 ‘구상나무 ’를 말한다고 합니다. 사실은 이 구상나무가 우리나라에서 증식된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증식된 것을 들여와 다시 증식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나무를 발견한 사람들이 외국의 학자들이었기에 그리되었다고 합니다 . 1907년 프랑스 식물학자면서 성직자인 Urbain Faurie 신부와 Emile Taquet 신부가 식물을 연구하기 위하여 일본에 갔다 오다가 제주도에 들렸는데 한라산에 있는 구상나무를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들은 그 나무가 ‘분비나무 ’인 줄 알고, 하버드대 식물학자인 Earnest Wilson 교수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이분이 연구 끝에 1917년 ‘구상나무’로 확인하였고, 1920 년 보고서에 신종으로 보고 학명을 ‘Abies Koreana E.H.Wilson’이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발견되었기에 학명에 ‘코리아나’를 붙인 것이지요.
이 나무를 ‘쿠살 낭’이라고 제주도에서 부르는 것은 제주도 방언이랍니다. 제주방언으로 ‘나무’를 ‘ 낭’이라고 한답니다. 또 ‘ 쿠살’은 ‘성게’ 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구상나무잎이 성게가시처럼 생긴 데에서 나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구상나무 기준표본은 두 점 있는데 , 한 점은 Wilson 교수가 있는 하버드대 아놀드식물원에 있고, 다른 한 점은 워싱턴에 있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이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불과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더워져 추운 환경을 좋아하는 침엽수가 감소되는데 따른 것입니다.
비록 외국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구상나무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 더 관심을 갖고 연구와 보전대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