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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의 우주 Jul 03. 2022

은 투자. 수익을 내고도 포기하다.

자본주의 생존기 1-19

* 이전 글 <실물 은에 10kg이나 투자했던 이유>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928705781a024f5/54




역시 사람투자직접 겪어봐야 아는 법이다.


2020년 초, 코로나발 세계경제 마비 리스크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물가 폭등을 대비하여

호기롭게 시작했었던 은괴 투자.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에, (금은비 120대)

"크게 이기거나, 지더라도 작게 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했다.

투자에 뛰어들기 아주 좋은 바로 그 타이밍 말이다.


처음 기대대로 실버바 10kg을 구매한 이후, 단 하루도 손해 구간에 진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16개월의 투자결과, 29%의 괜찮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 가지 이유로 은 투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철회하였고, 

결국 익절을 하기에 이르렀다. (매수시: 약 70만원/kg, 매도시: 약 90만원/kg) 


매도 시 주고 받은 문자: 실물 매매는 불편함이 있다.



1. 예상보다 더욱 불편했던 보관과 이동


처음 실버바 10kg을 구매했던 기쁨도 잠시, 보관이 문제가 되었다.


우선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빠르게 산화하는 은의 특성 때문에 공기에 잘 노출되지 않는 조건을 찾아야 했다.

(산화되어도 가격에 큰 차이는 없다고는 하지만, 가급적이면 온전한 보관이 좋다.)


내가 결정한 보관 방법은 이랬다.

1) 실버바를 비닐로 2중 포장하여 밀봉하고, 

2) 가죽 가방안에 넣은 후

3) 안쓰던 박스 안에 넣고 라면으로 위를 덮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보관 방법이지만, 당시에는 나름 진지했다.


사실 처음에는 경제 상황 변화를 관찰하며 실버바를 10kg 정도 더 모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번 보관에 고생을 하고 나니, 더 이상의 구매는 보류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 달 뒤, 개인 사정으로 포장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실버 바가 나름 귀금속이라 판단해서, 이사 서비스에 맡기지 않고 직접 들고 이동했다.

은이 나름 밀도가 높은 물질이기 때문에, 이동에는 꽤나 고생을 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도 보관장소 물색에 또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은괴를 처분하는 과정도 평범하진 않았다.

은괴 10kg를 직접 들고가서 팔 엄두가 안나서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다.

무게 때문인지 택배비가 무려 2만원이 나왔다.

그리고 직원들이 수상한 물건이라 생각했는지, 무슨 물건이냐고 확인 전화까지 왔다. 


이렇듯, 은괴의 보관과 이동은 내 생각보다 많이 번거로운 일이었다.

은 수집 커뮤니티에는 개인이 100kg이상 보관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2. 기대보다는 부진했던 수익률


16개월에 29%라는 나름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솔직히, 실물 은의 투자 수익률은 내 기대 이하였다.


최초의 투자 아이디어

귀금속이 무제한 양적완화에 대한 인플레이션 헷징 자산이라는 점과

코로나발 세계경제 붕괴시 보험 자산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투자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투자 수익률이 가파르게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새롭게 풀린 돈들은 주식, 부동산, 그리고 코인시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격 반영에 다소 시간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6개월 정도 더 기다려 보았으나, 다른 투자 대안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상황이 나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수익률과 상관없이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투자기간 동안 금도 은도 모두 승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새롭게 풀린 돈 만큼"도 제대로 가격이 반영되지 못했다.


그래도 당시의 내가 잘한 의사 결정이 있다.

1. 기회라 생각했을 때, 새로운 투자대상에 대해 겁먹지 않고 빠르게 행동에 옮긴 것.

2. 그러나 지나친 확신으로 많은 투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은 것.

3. 그리고 예상 시나리오와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 확인되자, 적당한 선에서 투자를 종료한 것이다.



앞으로 격변이 예상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더욱 다양한 투자자산에 대한 기회가 오고 갈 것이다.


불완전한 승리였던 첫 은괴 투자는,

주식에 한정되어 있었던 나의 투자 지평을 넓혀 줄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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