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미술학원 안 보내고 있었어요

by Mingeon C



“사실 그동안 일부러 미술학원에 안 보내고 있었어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종종 듣게 되는 소리입니다.

그 말씀에 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담겨 있는 게 느껴집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우리 아이만의 느낌 있는 그림이 교육받은 뻔한 그림으로 바뀔 것 같은 걱정.

그림에서 아이의 개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런 사라짐이 그림을 넘어 아이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칠 것 같은 마음.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술학원 원장이기 전에

6살 딸과 12살 아들을 둔 아빠의 입장에서 내 아이의 미술학원 선택 기준을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6살 딸아이에게 미술교육을 접하게 해 준다면 저는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선택하게 될까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과 본질적인 부분을 구분해서 한번 보겠습니다.


첫 번째, 눈에 보이는 부분은 아이가 미술수업을 하게 될 “공간”입니다.

미술학원을 보면 제한된 학원 평수에 최대한 많은 아이와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을 작게 쪼개어 나누거나, 한 명 당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의 넓이가 협소한 곳이 간혹 있습니다.

영어 수학학원과는 다르게 미술 활동을 하다 보면, 작고 섬세하게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넓은 종이와 과감한 붓질, 그리고 만들기 작업을 할 경우

아이의 스케일에 따라 어느 정도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술 학원의 전체 규모보다는, 규모가 작은 미술교습소이어도

아이 한 명당 작업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다양한 미술도구“의 구비여부입니다.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가 제시한 인지발달 이론에 따르면

2세부터 7세 시기를 “전조작기”라고 표현합니다.

아이가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사고를 하기 전에 경험하는 단계라는 의미인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상징적인 사고를 발달시키고,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평소 반복적으로 즐겨 그리는 사람이나 동물등의 그림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미술시간에 직접 도구를 다루고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미술수업을 통해 탐구적인 활동과 감각적인 경험을 주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아이는 작은 성취를 이루어가며 만족감을 얻으며 자신감을 쌓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기 도구뿐만 아니라 만들기 작업에서도 다양한 재료들은 아이들의 탐구심을 자극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분히 미술적인 재료뿐 아니라 미술적이지 않은 일상적인 재료도 미술영역으로 끌고 들어오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도구들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교실과 미술도구의 “청결상태”입니다.

한 때 미술작업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 있는 그런 작업실 스타일의 미술학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의 수업공간은 이유불문하고 깨끗해야 합니다.

인테리어, 미술도구 등이 새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호텔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이 쌓인 것들이라도 청결하게 관리되고 정돈되어 있다면

아이는 그 공간 안에서 자신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관리”입니다.

저는 이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원 내부에 관리가 되는 화장실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린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분위기이고 청결하게 관리된 상태면 됩니다.


다섯 번째는 “식수”와 “공기질”입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수업 중에 물을 찾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성인에 비해 아이가 체내 수분비율도 높고 신진대사 속도가 빠르게 때문에 아무래도 갈증을 더 자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미술시간에 집중을 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수분이 필요해지기도 합니다

미술학원에 청결하게 관리된 정수기가 있거나 생수병 제공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좋겠습니다.


실내공기질도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교실에 환기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가 제일 좋겠지만, 그렇기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선생님이 자주 환기를 하며 쾌적한 실내공기에 신경 쓰는 곳이라면 호의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자, 이번에는 본질적인 부분을 한번 보겠습니다.


저는 먼저 상담을 하면서 학원 원장님이나 담당 선생님의 교육마인드를 볼 것입니다.

확고한 교육철학을 가진 분과 상담을 하면 교육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미술학원도 기본적으로 수익사업이지만,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고 선생님이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며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교육사업을 이어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상담 중에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됩니다.


절대적으로 올바른 교육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방법은 있겠지요.

우리 아이의 결에 맞는 미술학원을 찾기 위해서 아이와 성향이 비슷한 친구맘의 추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정해진 프로그램 위주의 수업은 아닌지를 볼 것입니다.

연령에 맞는 적절한 수업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는 개개인이 너무나도 다른 존재입니다.

마치 요리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재료와 양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아이의 관심사와 성격에 맞춰 조정되어야 합니다.

같은 그림이라도 어떤 아이에게는 색을 풍부하게, 어떤 아이에게는 질감을 강조하여 개별적인 맞춤 수업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수업이 진행될 때 아이의 의견이 반영되는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더라도 유연함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아이에 대한 피드백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볼 것입니다.

수업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대면 상담이나, 메시지를 통해

정기적으로 아이의 상태에 대해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노력이 있다면 그곳은 믿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학원 상담을 하고 나서 어느 정도 충족된 곳을 발견했다면,

그다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한동안 큰 기대 없이 아이를 미술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교육은 부모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선택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 학원이 내 아이에게 적합할까?” “여기서 내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며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의심단계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미술학원의 교육 수준, 선생의 인성과 능력, 학원의 안정성 등에 우려하거나 의구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선택한 미술학원이 아이에게 잘 맞는 곳이라면 첫 수업을 하고 난 아이의 표정에서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을 하고 선생과 아이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본다면

이 미술학원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기대하게 되는 “신뢰단계”로 집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는 편안하게 미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술학원 원장이기전에 두 아이의 아빠 입장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와 본질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하며 우리 아이 미술학원 선택기준을 적어보았습니다.


아이의 교육기관을 선택할 때 단순히 환경적인 조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철학과 진정성을 함께 살펴보며 우리 아이와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시고 좋은 인연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