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너머 아이

<닮지 않은 그림이 더 닮아 있었다>

by Mingeon C


“오늘은 뭐 그릴까?”

평소처럼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 셋이 서로 눈빛을 주고 받더니 동시에 말했다.


“공룡이요!”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하나.

그 중 한 명은 공룡을 정말 좋아했다.

나머지 둘은, 그다지 공룡에 큰 관심은 없어 보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라는 말에 마음이 따라갔다.


순간 생각했다.

이건 미술 수업이기 이전에, 작은 관계의 세계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것을따라 좋아하는 것.

우정이 먼저 앞서서 선택된 주제.

아이들은 그렇게 솔직하다.


우리는 함께 티라노사우르스를 검색해서

이미지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나오는 사진들은 7살 아이들이 따라 그리기엔 복잡하고 어려웠다.

근육, 질감, 비율, 명암까지…

어른의 눈에도 꽤 정교했다.

‘이걸 그냥 보고 그리게 하면…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경험으로 끝나겠지.’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공룡들도 다 똑같이 생겼었을까? 사람처럼 키가 다르거나,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눈 모양도 다르고, 꼬리도길거나 짧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 사진은 참고만 하고,

각자 자기 마음 가는대로 공룡을 그려보자.

혹시 너희랑 닮은 공룡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해서 공룡은 ‘그리기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을 담는 껍데기’가 되었다.


한 아이는 강해 보이는 공룡을 그렸다.

이빨이 많고, 머리와 등에는 뿔이 돋아 있었다.

또 다른 아이는 몸에 상처가 가득한 공룡을 그렸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많은 한 아이는, 친구들이 그리는 모습과 자신의 빈 도화지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알 수 없는 형태를 조심스레 그렸다.

그리고 자기는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말했다.


나는 그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왠지 듬직해 보여. 강한 느낌이야.이빨이 정말 많네.”


그림이 사진과 닮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림 속에 담긴 건 ‘사진’이 아니라, 그 아이의 마음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자기 그림이 뭔가가 될 수 있구나’ 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 후부터 아이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그림을 내게 들고 와 설명해주었다.


“이거는요, 이렇게 생겼고요, 이건 이거라서 그런 거예요.”


수업이 끝날 즈음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가 그린 공룡은 성격이 어때?"

무엇을 좋아하고, 화가 나면 어떻게 해?”

그들의 대답은 이랬다.


“이 티라노는 장난꾸러기예요.

이것저것 다 먹어서 몸 색깔이 알록달록해졌어요.

화가 나면 가시로 친구를 찌르기도 해요.”



“이 공룡은 유명해서 자꾸 괴롭힘을 당해요.

싸움을 원하진 않는데, 자꾸 싸우게 돼요.

화가 나면 그냥 숨어요.”



“이 티라노는 무섭게 생겼는데 착해요.

다른 친구들을 때리진 않아요.

화가 나도 그냥 참아요. 그리고 친구들을 좋아해요.”


공룡을 그렸지만,

결국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그린 것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다들 공룡 사진과 아이의 그림을 번갈아 보면서 아이가 얼마나 닮게 그렸는지를 신경썼지만, 나의 수업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말씀하셨다.


“사진보다, 우리 아이 그림이 더 잘 보이네요.”


그 말이 참 오래 남았다.

우리가 닮았다고 믿는 건 겉모습이지만,

실제로 더 닮은 건 마음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닮지 않게 그린 그림은

사실은 그 아이를 더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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