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만 그리던 아이에게서 별이 피어난 날〉

— 따라 그리기 속에서 자란 생각의 뿌리에 대하여—

by Mingeon C



몇 년 동안 건담만 그리는 한 아이가 있다.

도구를 바꿔도 건담,

종이를 바꿔도 건담,

새로운 수업을 제안해도 결국 건담.


어른의 눈에는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는 아이”,

“창의성이 적은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방식’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건담만 그리던 아이에게 던진 질문


어느 날 아이에게 꽤 어려운 질문을 건넸다.


“지금 네가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것들 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였으면 하는 건

무엇이니?”


단순한 그림 주제가 아니었다.

자기 삶을 마주 보는 질문이었고,

조금은 어른스러운 성찰을 요구하는 주제였다.


중학생인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숙제 같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꽤 오랫동안 조용히 고민하더니

종이에 전혀 다른 세계를 펼쳐 놓았다.



큰 별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손


그림 한가운데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큰 별이 있었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그 별은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별을 향해

세 개의 손이 차례로 뻗어 있었다.


왼쪽은 어린 시절의 자신,

가운데는 어른이 된 자신,

오른쪽은 나이 든 자신의 손.



그리고 아이는 말했다.

“나이가 들어도…

어떤 모습이 되어도…

꿈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건담의 외형을 따라 그리던 아이 안에

이렇게 단단한 목소리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한동안 그림 앞에서 말을 잃었다.



따라 그리기 속에서 자라난 힘


심리 발달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특정 대상을 오랫동안 따라 그리는 과정을

"내면적 구조를 다지는 시간"으로 본다.


따라 그리기는 창의성의 부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초 체력을 쌓는 과정이다.


건담은 그 아이에게

안정된 구조였고,

몰입의 통로였고,

지속적인 관찰의 훈련장이었다.


그 반복의 시간 속에서

아이의 마음은 조용히 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깊이는

적절한 순간, 적절한 질문 앞에서

햇빛 받은 새순처럼 고개를 들었다.



아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자란다


건담만 그리는 아이를 볼 때

어른들은 걱정한다.

“다른 건 왜 안 할까?”

“창의성이 부족한 걸까?”


하지만 아이는

내면의 리듬대로 자라고 있었다.

관심이라는 뿌리를 깊게 내리고,

생각이라는 줄기를 차곡차곡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건담 대신 자기 마음을 그리는 그림이 나온 것이다.


그림 속 별을 향해

세 시기의 ‘나’가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저는 계속 나아가고 있었어요.”


아이는 이미 잘 자라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그 시간을 믿고 기다려주는 어른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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