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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 두른 케잌

코코넛 케잌 재 도전기

by Sia

레시피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아까운 케잌 하나를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 이후 코코넛 케잌을 두 번 더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케잌은 솜사탕 처럼 부드럽고 뽀송뽀송했다. 그리고 내가 딱 좋아하는 달콤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평소 금발도 아니면서 골디락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놀리는데 검은머리 골디락인 나를 만족시키는 달콤함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 속 케잌이 커 보이긴 하지만 오래 못 간다. 만든 케잌을 다 먹고 난 몇 주 후 어느날 갑자기 케잌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케잌을 직접 만들기에는 너무 귀찮고 피곤했다. 결국 근처 이탈리안 디저트 가게에 가서 파인애플 코코넛 케잌 한 조각을 사왔다. 실수 였다. 너무나 달았다. 대체 왜 케잌가게들은 케잌을 달게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나의 코코넛 케잌 레시피는 삼단 케잌 하나 만드는데 설탕 3컵이 들어간다. 빵에 2컵 프로스팅에 1컵. 케잌가게들은 설탕을 6컵이나 쓰는 것 같다. 설탕양을 줄이면 만드는 비용도 절감될텐데 그들의 속셈을 알 수가 없다.


결국 파인애플 코코넛 케잌을 절반 먹다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 케잌은 사진을 찍을 가치도 없기에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드디어 직접 다시 코코넛 케잌을 만들기로 큰 마음을 먹었다. 과거에 케잌을 만들때 가장 큰 문제점은 오븐에 구을때 케잌 가운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투브를 찾아서 케잌을 평평하게 굼는 방법을 찾아봤다. 설마 했는데 방법이 있었다!


정말 요새는 궁금한 것은 거의 모든것을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는 편한 세상이다. 케익 팬을 물에 적신 밴드를 두르고 구우면 케잌이 마르지 않고 가운데가 돔처럼 올라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처 마트에 가서 케잌 밴드를 2개 사 왔다. 3단을 만드려고 했으나 케잌 밴드는 2쌍으로 밖에 팔지 않았다. 보통 케잌은 3단인데 3개로 묶어 팔지 않고 2개로 묶어 파는 것은 케잌 밴드 파는 사람들의 술수 인것 같다. 그들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이번엔 2단 케잌을 만든다. 케잌 레시피도 절반반 사용했다.

마른 재료들(설탕만 빼고)은 모두 한꺼번에 넣고 저렇게 체에 넣어서 걸러야 한다. 보통은 한번만 걸러내는데 나는 많은게 더 좋은거라 생각하며 4번을 걸렀다. 체에 걸러서 마른 가루들이 뭉치지 않게 해야 좋은 케잌 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밀가루 가루들이 부엌 여기저기 날라다닌다는 단점이 있다.

2개의 큰 케잌 빵만 보라색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하얀 사기그릇 처럼 생긴 것들은 머리띠가 없이 구웠다. 똑같은 시간동안 구웠는대도 차이가 나는게 신기했다. 머리띠 없이 온 몸으로 오븐의 열기와 싸운 빵들은 약간 더 짙은 갈색이다. 머리띠를 두른 케잌 빵은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여리디 여리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머리띠를 두르지 않은 케잌은 가운데가 돔처럼 부풀러 올랐다. 가운데가 이렇게 부플면 케잌을 만들때 균형이 잘 잡히지 않아 힘들다.

머리띠를 두른 케잌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가운데가 평평하다. 그리고 빵의 색깔이 하얀 속살같다.

이 작은 케잌들은 딱 봐도 많이 말라서 퍽퍽할 것 같은 느낌이 확 온다. 퍽퍽 할 찌라도 웬만한 케잌 가게에서 파는 케잌보다는 더 맛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머리띠 두른 케잌은 물을 적당히 머금은 뽀송뽀송한 케잌임을 단번에 볼 수 있다. 육안으로만 봐서는 확인이 잘 안되므로 비디오 증거를 같이 올린다.

이런! 베이킹에 왕 초보인 내가 이런 이슬머금은 케잌 빵을 구워 낼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프로스팅을 만들고 빵위에 발라서 케잌을 완성 시켰다. 가운데가 부풀어 오르지 않은 빵이라서 손 쉽게 프로스팅을 바르고 케잌을 만들 수 있었다.

작은 3단 케잌도 완성 시켰다. 가운데가 평평하지 않아 이 케잌은 가운데에 이쑤시개 하나를 쑤셔 박았다. 그랬더니 어느정도 움직임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먹을때 이쑤시개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프로스팅이 부족해서 작은 케잌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작은 3단 케잌은 갈색 속살이 여기저기 비친다. 드디어 커팅을 하고 맛을 볼 시간!

큰 케잌 조각은 머리띠 두른 케잌에서 나온 것이고 작은 케잌 조각은 사기 그릇에서 나온 것이다. 머리띠를 두르지 않은 케잌은 퍽퍽 할 꺼라 생각했는데 머리띠 두른 케잌과 별 차이 없었다. 물론 머리띠 두른 케잌이 더 보습이 잘 된것 같았지만 사기 그릇 케잌도 나쁘지는 않았다. 나의 케잌팬은 철인데 철은 오븐에서 높은 열을 받으면 팽창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기는 철보다는 팽창이 덜 된다. 그래서 사기로 만들어진 케잌 팬이 더 맛있는 케잌을 만들지만 사기는 깨지기 쉽기 때문에 보통은 메탈로 된 케잌 팬을 사용한다. 하지만 머리띠를 두르지 않으면 메탈 케잌 팬은 사막같은 케잌을 만들어 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에게 나의 이슬 머금은 코코넷 케잌 한 조각씩 드리고 싶지만 아직 인터넷 기술이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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