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됐다. 잠을 더 자고 싶어도, 책을 그만 읽고 싶어도, 글쓰기를 멈추고 싶어도, 모든 유혹을 이겨내야만 하는 시기다. 책상에 앉는 게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일단 한번 앉으면 시작하고 집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일어나서 움직이지도 않고 돌처럼 3-4시간 이상을 계속 의자에 붙어 있으면 그다음 날 너무 힘들어진다. 그래서 집중의 흐름을 끝고서라도 1-2시간이 지나면 자리에 일어나서 도서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도서관 서고를 무심코 지나다 이 책을 발견했다.
흑인 화가 어니 반스에 관한 그림책이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다른 책들 사이에서 유독 삐쭉 나온 이 큰 그림책이 내 이목을 끌었기에 한번 읽어 보기로 했다.
이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그의 그림은 '과장'이 주요 포인트이다. 나의 미스 아메리카라는 제목의 그림을 봐도 알겠지만, 가방을 두 손에 들고 있는 이 여인의 팔과 다리는 근육질이다. 웬만한 남자의 몸 보다 근육이 더 많다. 그는 이렇게 평범함에서 그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과장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의 어록 중에 나의 눈길을 끈 것이다.
Being an artist : 예술가가 되어
has created in me: 내 안에 창조되었다.
the desire: 그 욕망
to continually affirm beauty: 지속적으로 아름다움을 주장하는 (그 욕망)
사람들은 보통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어니 반스는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 아름다움을 그의 손으로 과장시켜 보여주었다. 과장시키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보지 않고 추함만 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라도 추함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보는 경험을 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