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지난 여름방학동안 자원봉사했던 영어캠프에서 알게 된 미국 선생님들과의 인연으로 인해 이번 학기에 일주일에 한 번 미국 중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수업을 관찰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수업관찰 허락을 받기 전까지 많이 조마조마했다. "허락 안 해주면 어쩌지?" "다른 학교를 또 어떻게 알아봐야 하나..."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증과 기타 서류를 보내고 거의 한 달 정도 기다렸다가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내 방문을 허락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꾹 참고 이메일로 감사함을 표했다.
나의 담당 교사는 12년간 영어학습자를 가르쳐온 타라 선생님이다.
영어학습자라 함은 부모님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가정에서 자라난 학생들을 말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영어로 모든 수업이 이뤄지는 상황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미국은 이런 학생들의 지원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 중학교 수업을 관찰하는 이유도 바로 영어학습자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나의 연구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처음 가보는 미국 중학교에서 나 혼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땅딸막한 동양인 여자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됐다. 그리고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나 혼자만 마스크를 쓰는 것에도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나의 안전보다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하며 꾹 참아내기로 마음먹었다.
방문객증을 어디서 얻는지 몰라서 물어보고 헤매다가 겨우 제대로 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내가 오늘 올 줄 알고 있어서 쉽게 방문객증을 받을 수 있었다. 방문객 목록에 내 이름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여름 방학 때 만났던 미국 선생님 킴이 놀란 부엉이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난 너무 반가워 중딩 여자아이처럼 소리 지르며 반가움을 표했다. 한 학기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이곳 중학교에서 수업관찰을 하게 됐다고 알려주니, 시간 되면 자신의 수업에 와도 된다고 한다. 킴도 영어학습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타라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을 가르치고 킴은 중학교 2학년을 가르친다. 킴에게 꼭 가보겠다고 다짐한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또 있으려나 모르겠다. 타라의 교실에 가야 한다고 말하니 킴 왈, "진짜요? 나도 타라 교실에 지금 가는 참이었어요! 오 ~ 같이 가요"
첫날부터 호사스러운 에스코트를 받으며 타라의 교실에 들어갔다. 아이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려나 걱정과 두려움과 설렘으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몇몇 아이들은 내가 이미 만났던 아이들이었다. 여름방학 캠프에서 만났던 댄슨은 날 대박에 나를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한다.
타라가 보조 교사로 들어가는 다른 선생님 수업에서도 여름 캠프에서 봤던 아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고맙게 나를 기억해 주는 아이들도 있고 무안하게 몰라보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의 수업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앞으로의 과정이 기대된다. 나처럼 영어를 모국어가 아닌 상태로 영어를 배우며 중학교 생활을 미국에서 하는 아이들의 고충과 그들의 재미난 이야기들 속에 나도 함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날듯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