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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실력과 공부 실력

by Sia

브라질 소년 크리스티안은 수학을 잘 한다. 옆 자리에 앉은 영어 원어민 소년 알렉스가 한 문제도 못 풀고 쩔쩔매고 있을때 크리스티안은 다 풀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학습지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나는 크리스티안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알렉스에게 설명을 해보라고 했다. 약간 어눌하지만 정확하게 풀이 방법을 설명했다.


사회시간이었다. 팀별로 주어진 단어의 정의를 만드는 활동이었다. 터키소년 에드너가 속한 팀은 '지리학'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했다. 영어 원어민 앤은 구글에서 찾은 정의를 그대로 쓰자고 주장했고 에드너는 그건 우리가 이해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에드너는 구글에서 찾은 정의를 자신들이 이해한 대로 써보자고 했지만 아무도 그런 어려운 길을 택하고 싶지는 않아보였다. 결국 구글의 정의가 발표되었고, 사회선생님은 잘했다고 칭찬한다.


영어 학습자들의 수학능력, 사회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선생님도 옆 친구도 이 빛을 봤다는 표시를 전혀 하지 않는다.


미국에 이민 온 학생들이 영어 원어민 학생들과 선생님과 학교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하느지 연구한 대부분의 보고서들을 보면 영어 원어민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민자 학생들의 발언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영어 원어민 학생이나 선생님들이 하는 무시가 의도된것은 아니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배려해주는 교사들의 행동도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목소리를 죽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영어 언어 실력을 보지 말고 수학이나 사회수업 과목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영어학습자들이 다르게 보일것이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 왈,

"내가 아는 경제학 박사님들 중에 한분은 미국에서 박사할때 첫 3개월동안 말 한마디도 못했데. 영어 듣기가 잘 안되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수 없었던 거지. 지도교수는 이 박사님이 벙어리인줄 착각할 정도였어. 그런데 이 박사님은 수학문제를 너무 잘 풀었고 시험도 잘 보니까 주변 영어 원어민 학생들이 가르쳐 달라고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영어가 늘기 시작했데."


물론 모든 영어학습자들이 뛰어난 교과지식을 갖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분명 영어 원어민 학생들보다 더 명확하고 정교한 교과지식을 이미 갖춘 아이들이 분명히 있다. 교과지식의 함양을 영어 실력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면 영어학습자들의 영어 실력은 덤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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