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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소년 댄슨 보이

by Sia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참관수업이 더 늘어나게 생겼다.


ENL 선생님인 타라는 댄슨과 중국인 소년 밍을 방과 후에 불러 같이 공부를 한다고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동안 내가 댄슨을 관찰한 내용을 계속 타라에게 업데이트해 주었고 우리 둘 다 댄슨이 수업을 따라가기에 무척 고생한다는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타라는 댄슨의 아버지께 연락을 했고 일주일에 2-3번 학교에 늦게 남아 공부하고 가는 걸 허락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도 타라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참관수업 오는 날 외에 한번 더 오후에 나와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


이렇게 또 다른 시간을 이곳에 투자하면서 나의 공부와 수업 과제를 어떻게 다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댄슨과 밍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타라와 이런 이야기를 끝내고 1교시 참관을 하러 가는데 복도에서 딱 댄슨을 만났다.


"댄슨~!!"


나를 보더니 활짝 귀여운 미소를 보여준다.

"타라 선생님이 그러던데, 오늘 방과 후에 남아서 공부하지?"


"No"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더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기에 우리는 서로 갈길을 갔다.


하지만 2교시 난 댄슨의 영어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다. 딱 걸렸다!


타라에게 댄슨이 오늘 방과 후에 남아서 공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타라가 댄슨과 이야기한다. 결국 타라가 다시 댄슨의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보내 허락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바로 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못해 아쉽게도 다음 주부터 댄슨과의 공부가 시작된다).


난 댄슨 바로 옆에 붙어 서서 댄슨의 수업 모습을 관찰하기로 했다. 짝꿍과 함께 하는 활동이 시작되었고, 댄슨은 신난 게 일어나서 자신의 종이를 가지고 밍의 자리로 간다. 내가 참관하지 않은 날, 댄슨과 밍이 함께 짝이 되어서 Integrity (진실성, 청렴결백)에 관해 간단한 포스터를 만드는 활동이 있었다.


밍과 댄슨의 포스터는 그림보다 글이 훨씬 더 많았다. 댄슨은 그림을 그리다 말고 또 한 문장을 더 쓴다고 말하면서 거침없이 영어를 써 내려간다.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 봤다. 수업시간에는 겨우 겨우 세 단어로 한 문장을 완성시키는 댄슨이었는데 밍과 함께 하는 포스터에다는 엄청 길고 복잡한 구문의 영어를 술술 써내려 간다. 그러면서 말한다.


"저기 바로 바깥 복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누군가가 뭔가를 떨어트렸는데 내가 "Hey,! You dropped something."이라고 말하면서 그걸 집어서 그 애한테 줬거든요."


"그 애가 뭘 떨어트렸는데?"


"에어 파드요"


"와우~~" 밍과 나는 댄슨의 Integrity에 동시에 놀랐다. 그러면서 나는 댄슨에게 포스터에 에어 파드를 써 놓고 그림도 그려 넣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댄슨을 한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좋다고 하면서 "에어 파드 어떻게 써요?"라고 질문한다. 난 내가 가지고 있던 노트패드에 air pods라고 써 주었고 댄슨은 스펠링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면서 포스터 종이에 하나씩 하나씩 복사한다.


영어시간이 끝나고 타라에게 댄슨이 밍과 함께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그때는 영어를 너무 잘 써내려 가서 엄청 놀랐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타라도 두 눈이 동그래지면서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댄슨의 영어 실력은 뭔가 감정적인 요소 때문에 밖으로 다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밍과 댄슨이 함께 할 때 댄슨은 자신의 진짜 영어 실력을 맘껏 뽐냈다. 하지만 댄슨은 혼자 남겨질 때 영어를 전혀 모르는 듯한 아이로 바뀐다.


내가 댄슨의 영어 선생님이었더라면 나는 댄슨의 이런 180도 다른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댄스 같은 아이를 수백 명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이런 또 다른 얼굴을 보지 못했다. 단편적으로 그들은 공부하기 싫어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댄슨옆에서 그리고 많은 아이들 옆에서 그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이 기회가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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