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심 있는 연구 분야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녹음해서 인터뷰를 전사하는 수업 과제가 드디어 마감기한이 다가왔다.
수업관찰하는 첫날부터 눈에 유독 띄었던 터키 소녀 니멧을 인터뷰하고 싶었다. 일단 니멧은 영어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
1교시 타라와의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나가는 니멧을 붙잡고 인터뷰 요청을 했다.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없어서 '안된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무척 긴장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쿨하게 니멧은 'Okay'라고 대답한다.
모든 수업이 다 끝나고 방과 후 자유수업시간에 니멧을 다시 만났다.
"이건, 대학교에서 내가 수업 듣는 과목의 과제야."
"엇! 전번에 날 인터뷰한 ENL 선생님도 똑같은 말씀 하셨어요."
알고 보니 니멧은 이 학교의 ENL (영어 학습자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과제 해결사였다. 여러 명의 선생님들과 이미 벌써 이런 류의 인터뷰를 했던 것이었다.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인터뷰를 녹음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속 좁은 나는 또 니멧이 녹음을 싫어하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과제를 위해서는 그리고 니멧의 말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녹음이 필수다. 조심스럽게 녹음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의 말을 중간에 자르며 니멧 왈, "문제없어요. 전번에 인터뷰했던 선생님도 똑같은 말 하면서 녹음했거든요. 전 전혀 상관없어요."
총 7개의 질문을 무사히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모든 인터뷰자들이 묻는 질문을 물어봤다.
"너도 알듯이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영어학습자와 비영 어학 습자들의 수업시간에 하는 상호작용이잖아. 마지막으로 내가 뭐 더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을까?"
없다고 말하고 인터뷰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니멧은 할 말이 많았다.
"나와 같이 영어를 배우면서 수업 과목도 배워야 하는 ENL 학생들이 영어를 제대로 완벽하게 배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7학년으로 올라가면 수업도 더 어려워 지기 때문에 지금 6학년 때 영어를 더 완벽하게 배워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이런 부분을 잘 생각하셔서 저희들을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니멧의 인터뷰를 전사만 하고 분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6학년 소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니멧은 정말 어른스러운 말을 많이 했다. 자신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똑 부러지는 아이였다. 집에서 부모님과 터키 말을 할 때 영어가 섞여서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고 말하면 자신의 영어를 완벽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강조했다. 'perfect'라는 단어를 5번 넘게 들은 것 같다.
완벽한 영어... 나도 한때 완벽한 영어를 꿈꿨다. 하지만, 영어 원어민조차도 완벽한 영어를 하지 못한다. 니멧에게 '완벽한 영어'란 없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니멧 선생님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연구자 학생이었기에 꾹 참았다.
연구자로서 나의 첫 인터뷰도 무사히 끝났다. 아직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글을 써야 하지만 절반을 끝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