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목요일이 돌아왔다. 지난 주 댄슨과의 타자 연습을 이어서 할 수 있으거란 희망으로 학교로 향했다. 타라의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좀 있으면 타라와 학생들이 올것이란 생각으로 교실에 앉았다. 몇 분 후에 보조교사 제이슨이 들어온다.
"타라가 오늘은 영어학습자 학생들과 할로윈 호박을 만든데요. 교실 359에서 한다고 저에게 메세지를 남겼네요. 같이 가볼래요?"
제이슨이 아니였으면 혼자서 타라의 교실에서 시간만 낭비했을뻔 했다. 제이슨과 함께 359 교실을 찾는 긴 여정이 시작됐다. 제이슨은 이 중학교에서 보조교사를 한지 한달도 안됐다. 그래서 이 거대한 학교의 모든 교실구조를 잘 모른다. 교실을 찾지 못해 3명의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결국 지나가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타라와 학생들이 있는 교실을 찾았다.
아이들은 이미 호박 속을 다 파냈고 호박에 얼굴을 그리고 칼로 그것을 도려내고 있었다. 할로윈 호박을 만드는 것을 직접 보는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호박이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정말 놀랐다. 한국 늙은 호박보다는 두세배 더 두껍고 딴딴한것 같다. 호박을 도려내는것이 결코 쉬워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나도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호박을 도려냈다. 스파이더 맨의 눈을 멋있게 호박에 표현했다.
예술적 솜씨가 부족한 아이들은 저렇게 이미지를 호박에 붙여서 도려냈다.
7학년인 중국 소년 제이는 혼자서 매우 섬세한 호박 조각을 한다. 다른 두 명의 중국인 학생들도 같은 조이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불평없이 제이는 초집중하며 호박을 도려낸다. 제이의 영어 시간에 두 세번 참관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난 제이의 이런 집중도를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냥 쉽게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서 과제를 해서 제출하려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한 달 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이곳 미국으로 건너온 크리스티도 있었다. 다른 두 명의 여자아이들과 한 조가 되어 호박을 조각내고 있었다. 크리스티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크리스티는 열심히 호박 조각을 도왔다. 손짓을 이용해서 칼집이 필요한 곳을 알려주고 열심히 힘을 내어 칼집난 호박 조각을 밀어낸다.
크리스티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말을 공유할 수 없어도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의 협동심이 놀라웠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이는 언어 문제에 우리는 너무 박혀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티의 영어 실력 향상보다 더 중요한것은 크리스티 옆에서 함께 무언가를 성취해 나갈 수 있는 동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호박 조각을 다 마치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호박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중국 소년 제이는 자신이 완성한 호박을 머리위로 들어올리고 활짝 미소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두껍고 딴딴한 호박에 저렇게 섬세한 조각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제이의 예술적 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아이들은 전부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가도록 보내고 나는 남은 선생님들과 나는 뒷 정리를 했다. 영어학습자 아이들을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마련한 선생님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했다. 모두가 한 팀이 되어 아이들의 인생 처음 할로윈 호박 조각 경험을 마련해준 선생님들의 팀웍이 부러웠다.
호박들은 학교 건물 문 앞에서 내일 아침 이곳에 들어올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