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년 밍은 ENL 교사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전담하는 교사)의 도움이 없이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찬 학생이다. 하지만, 약간의 도움과 힌트를 주면 잘 이해한다. 어제는 영어시간에 중국의 큰 명절인 구정 설에 대한 활동을 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울려진 사회이기에 학교에서 그런 다양한 문화와 명절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3교시 영어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밍, 댄슨, 에스테파노가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아이들과 간단한 눈인사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밍이 자신의 크롬북 화면을 나에게 보여준다.
"이것 좀 봐 봐요. 중국 구정 설 때 뉴욕시티에 가서 찍은 비디오예요."
사자와 용 복장을 한 사람들의 퍼레이드를 찍은 비디오였다.
"와~ 멋지다. 언제 갔니?"
"일요일에 갔어요."
자신의 비디오가 매우 자랑스러운지 밍은 함박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는다. 몇 분 후 밍의 ENL 선생님인 타라가 교실에 들어왔다. 타라가 밍이 앉은 테이블 그룹에 오자마자 밍은 또다시 자신의 비디오를 타라에게 보여준다.
"It's cool~!!!"
(정말 멋지다!)
그러면서 밍에게 묻는다. "우리 이 비디오 전체 학급이랑 같이 봐도 될까?" 밍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좋다고 허락한다. 타라는 영어 선생님 미노 선생님에게 가서 밍의 비디오를 이야기한다. 잠시 후 미노선생님이 밍에게 오더니 밍의 크롬북을 이용해서 밍의 비디오를 공유시켰다.
황도 12궁을 이용해 자신이 무슨 띠에 태어났는지 열심히 학습지를 풀고 있던 아이들이 잠시 조용해지고 미노 선생님은 비디오를 튼다. "밍이 지난 일요일에 뉴욕 시티 중국 구정 설 축제에 가서 찍은 비디오예요. 우리가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봅시다."
사자와 기다란 용의 물결을 보면서 아이들은 작은 함성을 지른다.
"저거 누가 찍은 비디오라고?"
"밍이 찍은 거래."
"와~ 대단하다."
밍의 두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두 발은 신이 나 책상 밑에서 가볍게 춤춘다. 밍이 수업시간에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밍의 반 친구들은 밍이 보통 말을 잘 못 하고 그래서 이해도 잘 못하는 것처럼 취급했다.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거의 대부분 "몰라요"가 대답이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자신이 가진 뭔가가 반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다.
우리 인간은 다른 사람의 부족한 면을 쉽게 보는 반면 다른 사람의 장점과 강점을 잘 못 본다. "자세히 봐야 아름다운 것"처럼 다른 사람의 장점도 자세히 살펴봐야 알아차리고 인정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밍의 반 친구들은 밍을 그렇게 자세히 볼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그래서 그냥 "밍은 영어가 많이 부족하고 그래서 공부도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쉽게 찍혀 버린다.
밍과 같은 아이들이 가진 그들만의 장점을 찾아보고 싶다. 영어가 부족한 것이 그들이 가진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