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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잘 모르는 영문법

by Sia

일주일에 두 번 아침 1시간 (약 40분 정도) ENL 선생님은 EL 학생(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영어수업을 잘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과 수업을 한다. 오늘은 문법시간이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파트이기에 매우 신났다. 쉽게 아이들을 지도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EL 학생들을 위해 따로 고용한 TA 선생님과 함께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를 찾고 있었다.


Bill and John have a math class today.

주어: Bill and John

동사: have

목적어: a math class


이 문장을 놓고 TA 선생님은 주어가 a math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다.


Our first day of school is tomorrow.

주어: Our first day (of school)

동사: is

목적어: tomorrow

ENL 선생님인 타라는 위 문장의 주어가 school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다.


맘속에서 조용한 경악이 넘쳐 흘렀다. 영어 원어민이 영어문법을 잘 모른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모르는 줄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의 학습지를 제대로 고쳐주었다. 타라가 옆에 와서 보면서 하는 말, " 애들아, 원래 문법은 모국어로 하고 태어난 사람은 잘 모른단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배운 사람들이 영어 문법을 더 잘 알는 법이야."


"네, 맞아요. 난 한국사람이지만 한국어 문법 잘 몰라요. 하지만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기에 영어문법은 잘 알지요."


수업이 끝난 후, 난 타라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내가 아이들에게 영어문법을 가르쳐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그렇지 않아도 큰 두 눈이 더 왕방울만 해 지면서 너무너무 좋다고 한다. 그날 밤, 대학원 과제해야 할 시간을 쪼개 영어문법 PPT를 만들었다.


내일 아침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영어문법을 가르친다. 지난 교육경력 10년간 빨리 학교 가서 수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많이 설레고 떨리지만 어릴 적 소풍 가는 전 날 밤의 맘이 되는 건 정말 처음이다. 한국에 다시 돌아가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이런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 (물론 생기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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