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은 탁자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한국말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머릿속에 테이블은 보통 네 개의 다리가 있고 상부가 평평한 면으로 되어 있는 가구이다.
한국인들은 '한 단어는 한 가지 의미만으로 사용하는 한국어의 특징'을 영어단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실수를 쉽게 저지른다. 영어단어를 쉽게 배우려면 이런 한국 단어의 경직성에서 벗어난 유연한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가 극과 극의 언어라는 것이 이런 언어적 특유한 사고방식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온갖 극을 다 경험한 사람으로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영어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어려운 말을 배우고 있는 자신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라.
영어의 테이블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테이블보다 그 사용범위가 훨씬 광범위하면서도 유연하다. 테이블의 기본 의미만 맞추면 무조건 다 테이블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보석 사진을 보면서 미국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친구 왈, “ 저기 다이아몬드 테이블 봐봐. 무지 크지?” 우린 둘 다 다이아몬드로 된 브로치 사진을 보고 있었다. 테이블은 사진에 눈 씻고 찾아도 없었다. 난 잠시 벙쪘다. “웬 테이블?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오늘 글을 읽으면 나처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지 않고 영어 테이블의 의미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테이블이란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명사 table의 원래 의미는 '평평한 판, 글 쓰는 판'이다. table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본 이미지는 바로 그냥 널빤지이어야 한다.
이 널빤지에 다양한 것을 넣으면서 다양한 의미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널빤지 위에 쓰인 것이 법이면 '법전'이 되고,
널빤지 같이 생긴 것이 주사위판에 있으면 '면'이 된다.
널빤지 안에 다양한 숫자나 글이이 가로 세로 넣어져 있으면 '표'가 된다. 이 표가 돈과 관련된 이자면 '이자표' table of interest가 되고, 이 책이나 어떤 글의 내용이 나온 거라면 '목록' 'table of contents'가 된다. 책의 목록이 왜 영어로 table of contents라고 하는지 궁금해 본 적이 있다면 영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다. 테이블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였던 이유는 table의 기본 이미지를 몰라 봤기 때문이다. '평평한 판, 글 쓰는 판'인데 이 판이 속한 것은 글의 내용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table of contents가 되는 것이다.
보석 중에는 평평하게 깍인면이 있는데 그 부분을 table이라고 부른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순위도 평평한 면 위에 써진 것이라 이것도 table '순위표'이라고 부른다.
수학에서 구구단도 times table이라고 부른다. 평평한 면위에 숫자들이 곱해진 결과가 가지런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넓게 펼쳐진 평원도 table이다.
평평한 널빤지에 다리가 몇 개 붙여지면 식탁, 상이 된다. 식탁 위에는 주로 음식이 나오므로 table은 '먹기 위해 모이는 행위'를 의미할 수 있다.
table은 table 자체 의미에서 벗어나서 table의 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의미도 갖게 된다. 즉, table은 '식탁에 모여 앉은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식탁에 앉은 것 같이 모인 사람들인 '위원회'도 table이라고 부른다.
동사의 의미로 쓰인 table은 전부 타동사이다. '주어가 목적어를 가지고 동사 행동을 한다'라는 의미이다.
동사 table의 기본 의미는 '목록에 넣다, 목록이나 카탈로그 양식으로 만들다'이다. 언뜻 보면 명사 table '평평한 판'의 의미와 동떨어진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평평한 판에 목록이나 카탈로그 양식을 만드는 것은 쉽다. 그 판의 용도가 목록을 만드는 것으로 보면 된다.
동사 table은 정치분야로 넘어가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영국식과 미국식 영어의 table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보통 영국식 영어에서는 table은 의회에서 쓰는 용어로 '안건을 상정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토의를 하기 위해 의장의 테이블 위에 놓다는 의미에서 기원된 의미이다.
하지만, 미국식 영어에서는 동사로 쓰인 table은 '미루다, 연기하다, 묵살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 정치가들이 각 정당회의를 할 때 여러 가지 판을 쓴다고 한단다. 이 판은 table처럼 '평평한 판'이다. 아마 여기서 기원된 의미일 듯싶다.
It will be tabled.
(그건 무시될 거야.)
table과 함께 잘 쓰이는 전치사들이 있다. off the table (고려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여기서 쓰인 table은 먼가 의논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앉은 table이라고 보면 된다. 그 table에서 off :떨어져 나가는 것이므로 고려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That option is now off the table.
on the table(고려나 협상의 대상인). off의 반대말은 on이다.
The subject is on the table.
under the table(인사불성의 상태로,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뭔가 의논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table 위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테이블 아래서에 뭔가를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 몰래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의식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불성의 상태가 된다. '인사불성의 상태로'라는 의미는 보통 음주와 관련된 상황에서 쓰인다.
He took money under the table.
(그는 돈을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