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때는 집에서 무언가를 튀겨서 먹는다는것이 매우 번거롭게 느껴져 튀김음식은 직접 해 먹기보다는 사 먹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곳 미국땅에서는 한국의 맛난 튀김음식을 사서 먹을수 없다. 일단, 달러가 비싸니 외식을 꺼리게 되고, 외식을 하고 싶어도 한국땅에서 자란 재료로 한국 물과 한국 사람의 손맛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을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물론, 뉴욕시티에 산다면 모를까... 같은 뉴욕주이지만, 난 (불행히도) 캐나다에 가까운 뉴욕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냥 도전해 보기로 했다. 뉴욕땅에서 처음 만들어보는 미국표 탕수육.
힘들게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혼자 먹기는 싫어서 친구와 함께 먹기로 했다. 하지만 친구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자기 몸에 맞지 않는다나... 그래서 소고기 안심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탕수육을 만들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전분 한 컵 (종이컵 기준)을 물 한컵과 잘 섞어 30분 정도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분은 옥수수 전분을 사용했다.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이곳 미국땅에서는 찾기가 힘들어 포기했다.) 난 뭐든지 빨리 빨리 후딱후딱 해치우는 성격이기에 이렇게 뭔가 기다려야 하는 레시피는 정말 싫다. 하지만, 탕수육을 먹으려면 어쩔수 없다.
전분을 만드는 레시피는 종이컵 한 컵의 전분을 사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난 레시피를 따라하지 않았다. 그냥 내 맘대로 전분 한컵이 아닌 숟가락 3스푼과 물 대충을 넣고 섞었다. (난 왜 레시피를 곧이곧대로 따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고집이 세서 그런가?) 어쨌든, 30분 후, 물과 전분이 분리가 되었고 물을 따라내니 준비한 소고기 양에 비해 전분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허겁지겁 다시 전분을 물에 섞었다. 하지만 30분을 더 기다릴수 없는 심보 때문에 대충 물을 부었는데, 밑에 가라 앉은 전분은 얼마 안되고 물이 너무 많았다. 나의 음식만들기 제 1 원칙은 "대충 하자"이다. 그래서 그냥 대충 이렇게 하기로 했다.
전분이 물과 분리되고 있을때를 틈타서 냉장고에 있는 가지각색의 야채를 씻고 썰었다. 탕수육의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피망 반개, 당근 한개, 오이 반 개, 양파 반개, 사과 4분의 1조각 그리고 버섯을 넣었다. 다 썰어놓고 보니 야채가 너무 많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엄마 닮아서 큰 손은 어쩔수 없나 보다.
소스는 물 한컵(종이컵), 간장 4 스푼 (숟가락 기준), 설탕 4 스푼, 식초 5 스푼을 넣었다. 레시피는 식초를 6스푼 넣으라고 했는데 고집센 나는 5스푼만 넣었다. 너무 시큼한 것을 싫어하기에 내 기호에 맞췄다. 냄비에 소스를 다 넣고 야채도 투하한 다음에 끓인다.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중국집에서 먹던 끈적이는 탕수육 소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전분 2스푼과 물을 유리컵에 넣고 섞었다. 전분은 뜨거운 물에서는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찬물에 녹여준 다음에 넣어줘야 한다. 전분 물을 넣었더니 그나마 비주얼이 살아난다.
야채를 너무 삶으면 맛이 없으니까 어느 정도 숨이 죽었다 싶으면 불을 꺼야 한다.
이제는 고기를 준비해보자.
한우 안심보다는 품질이 훨씬 떨어지지만 그래도 가격이 저렴한 까닭에 먹을만한 미국 안심이다. 키친타월로 토닥토닥거려서 대충 핏물을 빼고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고기 양념은 소금, 버섯 가루를 대충 넣어줬다. 레시피를 보니 양념을 넣고 10분 정도 양념이 고기에 베게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또 다시 기다림이다. 그나마 소스를 만드는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랑 얼추 비슷해서 다행이었다.
10분 후에는 고기에 전분 옷을 입힐 차례이다. 전분에 계란 흰자를 넣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이 심각한데 계란 인플레이션은 가장 최고조이다. 작년에 비해 계란 값이 400% 올랐다고 한다. "금"계란 흰자를 전분에 넣고 보니 너무 물렀다. 일단 물을 제대로 빼지 않은 전분이 큰 한 몫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분을 2스푼정도 넣고 밀가루도 한 스푼 넣어줬다.
여러가지 것을 동시에 다발적으로 요리를 하느라 아쁠사! 전분 옷 입은 소고기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내가 따라한 레시피는 전분이 완전 순백이었다. 하지만 나의 전분은 소고기에서 나온 핏물 때문에 핑크색이 되어 버렸다.
기름을 후라이팬에 충분히 두르고 달군 다음에 전분 옷을 입은 고기를 한 조각 한 조각씩 조심히 넣어 주었다. 이때는 마음이 급해도 반드시 한 조각씩 넣어주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한 꺼번에 넣으면 전분때문에 고기가 한덩어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레시피는 고기를 한번 튀기고 나서 또 한번 튀기라고 했다. 하지만 너무 딱딱해 질것 같아서 한번만 튀기기로 했다. 후라이팬에서 튀겨지고 있는 고기를 나무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뒹굴려주는데 너무 딱딱한 느낌이 확 들었다. 얼마전에 친구는 사랑니를 빼서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 탕수육이 좀 딱딱한 편이지만, 친구가 먹지 못할 만큼 딱딱해 질까봐 너무 걱정이 됐다.
한번 튀겨진 고기는 딱 봐도 매우 딱딱해 보인다. 그래서 얼른 고기 한조각을 입에 넣고 씹어봤다. 아니, 이렇게 부드러울수가! 안도의 한 숨을 푹 내쉰다. 쓰레기통에 직행하는 일은 피했다.
탕수육과 소스만 먹어도 든든한 한끼가 되지만 그래도 한국인은 밥심이다. 탕수육은 짜장면이랑만 먹어봤지만, 밥이랑 함께 먹어도 잘 어울렸다. 너무 맛있다고 잘 먹어주는 친구 덕분에 더 맛있어진 미국표 탕수육이다.
오늘의 반성: 탕수육 소스에 들어간 오이가 이렇게 맛있는줄 몰랐다. 다음에는 오이를 더 많이 넣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