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딱 19장

by Sia

깻잎에 싸 먹는 바삭바삭 돼지고기 삼겹살.

진한 깻잎향기가 삼겹살보다 더 그립다.

깻잎을 키우기로 했다.


미국마트는 한국에서는 그 흔하디 흔한 깻잎을 팔지 않는다. 한인마트는 팔지만 그곳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고 비싸다. 그래서 이번 봄에는 한인마트에서 작년에 봤던 깻잎 모종을 사기로 했다. 모종 6개. 너무 많은데? 이걸 내가 다 키울 수 있으려나...


흙도 부족하고 화분도 부족하다. '죽으면 안 돼. 잘 살아야 한다. 내가 잘 먹어줄게.' 온갖 염불을 외워주며 심는다. 다행히 무럭무럭 잘 자라줬다. '고마워!`

혼자서 돼지고기 삼겹살 구워 먹는 것은 너무 넝청스럽지. 삼겹살은 좀 참자. 하루가 다르게 자꾸 넓적해지는 깻잎에 마음도 급해졌다. 빨리 저 깻잎을 해서 먹어야 하는데...


깻잎 양념!

한 잎 한 잎 정성껏 조심스럽게 딴다. 싱싱하고 진한 고향의 냄새가 콧 속 깊숙이 들어온다.

가운데 깻잎은 너무 많이 뜯은 것 같다. 넌 광합성할 면적이 많이 부족하구나. 그래도 튼튼하니까 무럭무럭 자랄 거라 믿어!

깻잎 한 장 한 장 흐르는 물에 잘 씻는다.

양념장은 대파대신 쪽파, 줄기를 뽑아내고 자꾸 자라려고만 하는 마늘, 달콤한 당근 그리고 눈물 나서 자르기 싫은 양파가 필요하다. 맛술은 없어서 못 넣었다. 고춧가루가 딱 털렸다. 엄마한테 고춧가루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면 비용 때문에 정말 금가루가 되겠다.


야채를 넣기 전 양념이 너무 물이다. 약간 걸쭉해야 할 텐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아까운 고춧가루를 버릴까 봐 걱정이 됐다. 하지만 쪽파, 당근, 양파를 잘근잘근 썰어서 다 넣어주고 나니 제법 걸쭉한 양념장이 되었다. 그런데 깻잎에 비해서는 양념이 너무 많다. 결국 양파, 당근, 마늘은 몇개 남긴다.

새끼손가락으로 조금 찍어 양념맛을 본다. 으~~ 음. 내가 만들어도 너무 잘 만들었다. 깻잎에 넣다가 너무 많이 남으면 나중에 밥 먹을 때 같이 비벼 먹어도 맛있겠다.


플라스틱 반찬통에 첫 한 장을 깔고 양념을 얹었다. 어렵지 않은데?

이제 딱 열 장이다. 20장은 될 것 같은데. 에고 딱 19장이네. 조금 남은 양념은 19장 깻잎위에 다 부어버린다.

냉장고에 한 3일 두면 되나? 잘 숙성돼야 한다~!


농사꾼 부모님의 유전자가 내 속에 흐르나 보다. 이상하게 미국에 오고 난 후 이 유전자가 더 활개를 친다. 넓은 땅 위에 마음껏 뿌리 뻗고 자라지 못하게 하고, 좁디좁은 화분에 키우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너무 잘 자라준 19장의 깻잎이 너무 기특하기만 하다.


밥 먹을때마다 1장씩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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