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버섯 불고기 덮밥
남자친구가 코로나에 걸린 지 딱 7일째 되는 일요일 오후. 점심때가 다되어 막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집 근처 도서관 주차장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 가야 한단다. 작년 8월 이곳에서 랍스터 버섯을 팔던 사람이 오늘 랍스터 버섯을 판다고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바로 앞 손님이 전부 다 사가는 바람에 사고 싶던 랍스터 버섯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버섯 아저씨의 연락처를 받았고, 그분이 1년 뒤에 연락을 한 것이다.
파머스 마켓은 아침 10시에 시작되어 2시에 끝난다. 현재 시각 1시 20분. 도대체 버섯 아저씨가 몇 시에 연락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오늘 아침 7시 10분에 문자 받았어." 그 많은 시간동안 뭐했냐는 말도 하도 어이가 없어 못 나온다.
부랴부랴 나도 같이 따라나섰다.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우린 둘 다 마스크로 중무장했다. 다행히 버섯 아저씨는 아직도 많은 랍스터 버섯을 가지고 있다. 랍스터 버섯과 계획하지도 않았던 치킨버섯도 같이 사 왔다.
동전 수집을 좋아해 돋보기 렌즈를 구입했던 남자친구는 이 렌즈를 이용해 랍스터 버섯 사진을 찍는다.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아 흐릿한 사진만 찍어서 제대로 찍어보라고 다그친다.
카메라 렌즈를 버섯에서 너무 멀리 떼서 찍은 것이 문제였다. 렌즈를 버섯 가까이 갖다 대니 한 순간 랍스터 버섯 표면이 선명해진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랍스터랑 똑같다. 요건 오동통한 랍스터 집게발 살.
빨갛고 하얀 촉촉한 랍스터 살이 '나를 얼른 잡숴 드세요'라고 손짓하는 듯 하다.
멀리서 보면 뭔가 노란색과 주황색을 대충 물에 이겨서 색칠 한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처럼 생겼다.
버섯의 아래부분은 선명한 랍스터 색깔을 그대로 뽐내고 있다.
2022년 기숙사 룸메 쌤이랑 뉴욕시티에 있는 첼시 마켓에서 먹었던 랍스타가 떠올랐다. 비싸긴 했지만 정말 한끼 배부르게 맛있게 먹은 나의 첫 생애 랍스터. 그 랍스터가 그립지 않을 만큼 먹음직스러운 랍스터버섯이다.
버섯을 먹기 좋을만한 크기로 썬다. 대파와 양파도 준비한다. 얼마전 집근처 정육점에서 와규를 사서 한국식 불고기 마냥 얇게 썰어달라고 부탁해서 사온 불고기도 꺼낸다. 이곳 정육점은 한국식 돼지불고기를 절여서 팔고 있어서 불고기라면 대박에 알아먹어서 아주 편리하다.
버섯을 먼저 볶은 다음 대파와 양파도 넣고 어느 정도 순이 죽었다 싶으면 불고기도 넣어 준다. 불고기는 너무 오래 볶으면 맛이 덜해 지므로 핏물만 사라지면 불을 끈다.
밥과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는 랍스터불고기 덮밥. 버섯을 조금 더 크게 자르면 더 좋았을것 같다. 하지만 오동통한 맛에는 후회가 없다.